지난달 2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삼겹살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삼겹살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휴가철 축산물 원산지 표시 위반 사례 10건 중 7건이 돼지고기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산과 수입산의 가격 차이가 커 원산지 둔갑으로 차익을 얻으려는 유인이 큰 데다 조리 후 식별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원산지 위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유통 시장 전반에 걸친 강력한 집중 점검을 예고했다.

10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 등에 따르면 지난달 15일부터 31일까지 실시한 휴가철 축산물 원산지 표시 집중 단속에서 106개 업체, 119건의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적발 사례 가운데 돼지고기가 82건으로 전체의 68.9%를 차지했다. 이어 쇠고기 15건, 닭고기 12건, 오리고기 7건, 염소고기 2건, 양고기 1건 순이었다. 다른 축산물과 비교해 돼지고기 원산지 위반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적발 업체 가운데 외국산 축산물을 국내산 등으로 거짓 표시해 판매한 53곳은 형사입건됐으며,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은 53곳에는 모두 1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돼지고기에 원산지 위반이 집중되는 가장 큰 원인으론 국내산과 수입산의 가격 차이가 꼽힌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 '다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산 삼겹살 소비자가격은 100g당 2873원, 수입 냉동 삼겹살은 1530원으로 집계됐다. 100g당 가격 차이는 1343원으로, 1kg 기준으로 환산하면 1만3430원에 달한다. 수입산 삼겹살 가격이 국내산보다 약 47%, 절반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가격 구조만 놓고 보면 수입산을 국내산으로 둔갑시켰을 때 상당한 차익을 남길 여지가 생긴다. 특히 음식점에서는 원육을 그대로 진열해 판매하는 정육점과 달리, 삼겹살을 굽거나 제육볶음·두루치기 등으로 조리한 상태로 제공한다. 이 때문에 소비자가 실제 돼지고기의 원산 지를 육안으로 확인하기는 더 어렵다.

여기에 값싼 수입산 돼지고기의 국내 유통 물량이 늘면서 음식점이 수입산을 조달하기가 쉬워졌다. 특히 외식업계에서 구이용 삼겹살로 많이 소비하는 스페인산 돼지고기 수입 물량이 크게 증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3~7월 스페인산 돼지고기 수입액은 2억9749만달러로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액(2억8680만달러)을 넘어섰다.

그동안 돼지고기 수입액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미국산이었다. 미국산 비중은 2023년 29.5%, 2024년 32.7%에 이어 지난해 30.1%를 기록하며 30%대를 유지해왔다.

같은 기간 스페인산 돼지고기 수입 비중도 16.4%, 20.8%, 25.8%로 꾸준히 상승하며 올해 3월부터 미국산을 추월했다.

일반적으로 미국산 돼지고기는 전지와 목살 위주로 수입돼 단체 급식의 반찬, 찌개용으로 주로 사용된다. 햄, 소시지 등 가공육 시장에서도 수요가 많다.

반면 스페인산 돼지고기는 주로 구이용 삼겹살로 수입된다. 최근 국내산 삼겹살 가격이 급등하면서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원재료 가격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대체재로 스페인산 돼지고기의 수요가 늘고 있다.

수입산 돼지고기 유통이 확대되고, 원산지 위반 사례가 늘어나자 정부는 추석을 앞두고 원산지 표시 위반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김철 농관원장은 "수입이 증가하고 소비가 확대되는 축산물에 대해 원산지 표시 여부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며 "오는 9월에는 추석 선물·제수용 농식품의 부정 유통 행위를 집중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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