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이후 기술 경쟁력 강화 본격화
고객 편의·내부 생산성 ‘투트랙’ 전략
기술 리더십 강화에 3년간 100억원
케이뱅크 개발자 A씨는 신규 서비스를 준비할 때마다 기존 시스템 구조와 내부 규정, 관련 업무 담당자를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코드 작성에 앞서 필요한 자료를 찾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최근 에이전틱 인공지능(AI)이 도입되면서 필요한 기능을 입력하면 코드 작성부터 시스템 개선안, 관련 규정과 담당자 정보까지 한 번에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반복적인 자료 탐색과 코딩에 드는 시간을 줄인 대신 서비스 설계와 기술 고도화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케이뱅크가 기업공개(IPO) 이후 미래 성장동력으로 내세운 AI 전략을 본격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고객이 직접 이용하는 AI 이체와 통합검색에 이어 내부 개발 전반을 지원하는 에이전틱 AI까지 도입하며 AI를 '고객 편의'와 '생산성 혁신'에 동시에 적용하는 모습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상장 과정에서 AI 확산을 주요 기술 전략으로 제시했다. 증권신고서에는 'The First & The Best in AI'를 목표로 AI를 통한 생산성 극대화와 데이터 기반 맞춤형·맥락형 서비스 출시를 추진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공모자금 중 기술 리더십 강화에 올해와 내년 각각 50억원씩 총 1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해당 자금은 AI에만 한정된 예산은 아니지만 케이뱅크가 AI를 포함한 기술 경쟁력 강화를 상장 이후 주요 투자처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말로 송금하고 문장으로 검색… 고객 접점 넓히는 AI= 대고객 부문에서는 금융 업무의 번거로움을 줄이는 데 AI를 집중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 4월 'AI 통합검색'을 선보인 데 이어 최근 문장이나 음성 명령으로 송금할 수 있는 'AI 이체'를 출시했다.
AI 통합검색은 고객이 궁금한 내용을 문장 형태로 입력하면 질문 의도를 분석해 적합한 답변과 관련 금융 정보를 제공한다. 기존처럼 금융 용어나 메뉴명을 정확히 알지 못해도 평소 사용하는 표현으로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AI 이체는 고객이 입력하거나 말한 내용을 분석해 수취 계좌를 찾고 송금 목적과 상대방과의 관계를 고려해 금액까지 추천한다. 고객이 "엄마에게 5만원 보내줘"라고 말하면 미리 별명으로 등록한 계좌를 찾아 이체 화면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축의금이나 용돈처럼 적정 금액을 고민하는 상황에서는 AI가 송금 목적을 분석해 금액을 제안한다.
이름이나 별명, 계좌번호 일부만 입력해도 기존 송금 이력에서 연관된 계좌를 찾아준다. 안드로이드와 iOS에서 모두 음성 이체를 지원하지만 실제 송금은 고객이 이체 정보를 확인하고 보내기 버튼을 눌러야 실행되도록 해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코드부터 사내 규정까지… 개발 과정도 AI로 바꾼다= 내부에서는 AI를 단순 업무 보조가 아닌 개발 과정 전반을 지원하는 도구로 확대하고 있다. 케이뱅크가 최근 도입한 에이전틱 AI는 사용자가 제시한 목표를 바탕으로 필요한 단계를 스스로 설계하고 여러 도구를 활용해 작업을 수행하는 자율형 AI다.
개발자가 구현하려는 서비스 기능을 입력하면 필요한 코드를 생성하고 기존 시스템을 분석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과 보완 방안을 제시한다. 예컨대 "소상공인 대출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는 서비스를 만들어 달라"고 입력하면 AI가 필요한 기능을 설계하고 구현에 필요한 코드까지 작성하는 식이다.
사내망에 구축됐다는 점도 특징이다. 코드 생성뿐 아니라 담당자 정보와 내부 규정, 개발 표준, 업무 양식 등 사내 시스템에 축적된 정보를 함께 활용할 수 있다. 개발자는 신규 기능을 만들면서 적용해야 할 규정이나 협업이 필요한 담당자를 별도로 찾아다니지 않고 AI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 두 달간 개발자 50명을 대상으로 에이전틱 AI를 시범 운영했다. 이 기간 사용량은 총 40억 토큰으로 집계됐다. 회사 측은 반복적인 코드 작성과 자료 탐색 부담을 줄여 개발자가 서비스 설계와 문제 해결 등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 전략은 향후 자체 인프라 구축과 맞물려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케이뱅크는 연내 구축을 목표로 GPU 플랫폼을 마련하고 에이전틱 AI의 성능과 사내 시스템 연계 범위를 지속적으로 넓힐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개발과 협업 전반을 지원하는 통합 AI 플랫폼으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다만 AI 서비스가 실질적인 경쟁력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이용자 확대와 생산성 개선 효과를 수치로 입증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고객 접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줄이고 금융정보 보호와 내부 코드의 보안성을 확보하는 것도 관건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에이전틱 AI는 반복적인 코드 작성과 자료 탐색 부담을 줄이고 개발자가 서비스 설계와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AI 개발 파트너"라며 "앞으로도 AI 기술을 적극 내재화해 개발 생산성을 높이고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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