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크, 유네스코·NASA 등 공신력기관 사이트 지적

만리장성 동쪽끝, 유네스코 등록시점보다 늘인 中

“中만리장성, 한국서 고비사막까지” 왜곡례 최다

유명 백과사이트 AI에 “고구려 韓 국가 아냐”문장

고구려 건국 오락가락…발해 관련지역 韓 누락도

만주지역 누락 ‘한반도’로만 한정한 경우도 있어

반크, 해당 기관에 오류 수정 촉구 서한 발송키로

동북공정 OTT 논란에 콘텐츠 역사자문 지원법도

유네스코(UNESCO), 미국 항공우주국(NASA),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해외 유명기관 사이트에서 한국사 오류·누락 사례가 적지 않단 지적이 나왔다. 대부분 중국 동북공정식 역사왜곡의 영향을 받은 결과로 나타났다.

9일 사이버 외교사절단을 자임해온 비정부기구(NGO) 반크(VANK·단장 박기태)에 따르면 글로벌 영문사이트 10곳을 조사한 결과 만리장성이 한반도까지 걸쳐있다는 취지의 왜곡 5건, 고구려(2건)·발해(4건) 영토와 역사를 축소한 사례까지 11건의 서술 오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민간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VANK) Flickr 공개 2020년 7월 자료 갈무리]
[민간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VANK) Flickr 공개 2020년 7월 자료 갈무리]

해당 사례들에선 만리장성의 동쪽 끝 지점을 최근까지 중국 입맛대로 연장한 경향이 반영됐다. NASA 지구관측소는 만리장성을 설명하며 “한국에서 고비사막까지 이어진다”고, 내셔널지오그래픽도 만리장성의 구조가 “한국 국경에서 고비사막까지 이어진다”고 각각 서술했다.

유네스코는 당초 1987년 세계문화유산 등재할 당시 만리장성의 동쪽 끝을 산하이관으로 소개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중국 정부가 2012년 만리장성 길이를 고구려 성곽인 ‘박작성’ 유적지까지로 대폭 늘리고 성곽 명칭까지 ‘호산산성’으로 재구성해 국제사회에 왜곡 홍보해왔다.

왜곡 홍보를 공신력 있는 기관들이 여과없이 인용해 한국사 축소 왜곡이 일어나고 있단 지적이다. 반크는 지난 2020년 7월부터 유명 백과사전 사이트 등에 만리장성이 북한 평양까지 뻗은 지도가 실린 정황을 발견하고 ‘만리장성이 고무줄인가요’라는 비판 포스터를 배포해왔다.

인사이클로피디아 온라인 백과사전 HISTORY AI 란에 따르면 발해를 설명한 대목에 “대부분의 학자들은 발해를 엄밀한 의미의 한국 국가로 보지 않는다”고 단정한 역사왜곡성 문장이 실렸다. [반크 제공 자료 갈무리]
인사이클로피디아 온라인 백과사전 HISTORY AI 란에 따르면 발해를 설명한 대목에 “대부분의 학자들은 발해를 엄밀한 의미의 한국 국가로 보지 않는다”고 단정한 역사왜곡성 문장이 실렸다. [반크 제공 자료 갈무리]

최근 반크는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적 영토와 존재를 축소하는 사례도 주요 사이트에서 다수 발견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는 고구려의 지배 지역을 ‘중국 북부’로만 표기해 현대 중국의 지리적 범위와 고대 고구려 영토를 혼동할 여지를 남겼단 게 단체의 지적이다.

고구려 건국 연도를 북한 학계에서 주장하는 ‘기원전 277년’과 우리 학계 정설인 ‘기원전 37년’으로 다르게 적는 혼선도 발견됐다. 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고구려·발해의 주요 활동 무대를 ‘한반도’로만 한정해, 만주·연해주를 아우르던 우리 고대사를 축소했다.

백과사전 사이트 중 브리태니커는 발해를 ‘중국과 한국’으로 분류하며 대한민국을 관련 지역에서 누락했다. 엔사이클로피디아닷컴은 신라의 삼국통일 이후를 설명한 대목에서 발해를 아예 누락해 676년 신라가 한반도 전체를 지배했다고 오인할 여지를 뒀다. 반크는 공신력있는 기관 웹사이트 문장이 검색엔진과 생성형 인공지능(AI) 데이터베이스로 활용돼 상황이 한층 심각하다고 봤다.

앞서 반크는 2021년에도 해외 유명 세계사 교과서 40권을 조사해 29권에서 만리장성 범위가 북한 평안도까지 이른다고 왜곡한 사례를 지적하는 등 한국사 오류 시정 운동을 지속해 왔다. 반크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기관들에 수정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고, 생성형 AI가 왜곡된 한국사를 인용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대응 활동을 할 계획이다.

한국까지 이어져 있는 내셔널지오그래픽 만리장성 지도. [반크 제공·연합뉴스]
한국까지 이어져 있는 내셔널지오그래픽 만리장성 지도. [반크 제공·연합뉴스]

한편 반크는 최근 K-콘텐츠 제작 단계에서 역사·문화 왜곡을 방지하기 위한 입법에도 참여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대구 북을·재선)은 9일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의 주요 사업인 ‘국내외 콘텐츠 자료의 수집·보존·활용’ 세부사항으로 ▲역사왜곡 및 문화고증 등에 대한 역사자문 지원 ▲통역·번역 및 감수지원을 추가하는 내용의 문화산업진흥 기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며 반크의 청년연구원들 의견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올해 영상콘텐츠 내 자막 번역과 전통 복식 등 역사적 고증 오류가 실제로 일부 드라마에서 발생해 논란이 인 바 있다. 이에 따라 김승수 의원실은 지난 5월 반크와 함께 국회에서 ‘중국 동북공정 OTT 확산 방지를 위한 정책 간담회’를 개최했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글로벌 OTT와 생성형 AI 시대엔 콘텐츠가 곧 대한민국 역사와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창구가 된다”고 강조했다.

박기태 단장은 “콘텐츠 제작단계부터 체계적인 점검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불필요한 논란을 사전에 예방하고, K-콘텐츠의 국제적 신뢰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승수 의원은 “작은 역사 오류 하나도 국가 이미지와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제작 초기부터 역사 자문과 문화 고증, 번역·감수에 이르는 예방중심의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한기호 기자(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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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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