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와 태양광 패널의 핵심 원자재인 폴리실리콘과 관련 파생 상품에 대해 15%의 관세를 부과하고 최저수입가격(MIP)을 설정하는 보호무역 조치를 단행했다.

인공지능(AI)과 첨단 에너지 기술 주도권을 둘러싼 중국과의 경쟁에서 자국 내 공급망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정책이 중국의 고순도 반도체 소재 경쟁력을 키워줄 수 있고 보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백악관은 최근 1962년 무역확대법 232조에 의거해 폴리실리콘에 대한 최저수입 가격 및 관세 부과 방침을 담은 포고문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오는 12월 4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포고령에 따르면 폴리실리콘은 관세 부과 대상에선 제외되고 최저수입가격(MIP)만 적용된다. 이에 폴리실리콘 1㎏당 21달러, 폴리실리콘 잉곳과 웨이퍼는 1㎏당 100달러가 적용된다. 여기에 15%의 추가 관세가 부과된다. 미국은 이번 조치가 국가 안보와 핵심 산업 공급망 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했다.

포고문에는 “폴리실리콘과 그 파생 상품의 미국 내 생산 기반이 상업적 생존 능력을 확보하도록 돕는 것이 미국의 경제 및 국가 안보 요구 사항을 충족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반도체와 태양광 제조 공급망의 최상단에 위치한 폴리실리콘은 초고순도 실리콘 소재다.

글로벌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은 전체 글로벌 폴리실리콘 수요의 약 2.4%를 차지하며, 막대한 양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수요가 전체 생산 기반을 받쳐주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번 조치에 대해 미국 내 유일한 폴리실리콘 생산 기지인 헴록 세미컨덕터의 합작사 코닝과 텍사스에 셀 공장을 건설 중인 T1 에너지, 한화솔루션의 한화큐셀 등 미 제조업체들은 “미국 첨단 제조업과 공급망 투자에 대한 결정적 승리”라며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번 보호무역 조치가 당초 겨냥했던 중국에 미칠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은 이미 2022년 발효된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UFLPA) 등을 통해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주로 생산되는 중국산 폴리실리콘의 자국 유입을 사실상 전면 차단해 왔다.

이 때문에 이번 최저수입가격 및 추가 관세 조치의 여파가 중국보다는 미국 시장에 폴리실리콘 및 모듈을 공급하던 독일이나 한국 등 제3국 기업들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께 통상 전문 로펌 와일리 레인의 팀 브라이트빌 변호사는 “12월 시행 전까지 규제를 피하려는 수입물량이 일시적으로 급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산업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가 가져올 장기적인 산업 구조 재편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폴리실리콘 시장은 생산량은 많으나 수익성이 낮은 ‘태양광급’과, 고도의 기술력과 순도가 요구되어 부가가치가 높은 ‘반도체급’으로 나뉜다.

중국은 정부의 지원과 거대한 내수 시장, 대규모 설비 투자를 바탕으로 글로벌 태양광급 폴리실리콘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고, 미국과 동맹국들은 고순도 반도체급 소재에서 우위를 점해왔다.

문제는 첨단 AI 반도체 수요 폭발로 미 제조업체들이 부가가치가 높은 반도체용 소재에 집중하는 사이, 중국이 압도적인 태양광용 대량생산 기반을 발판 삼아 정제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기업들이 대규모 태양광 소재 생산 과정에서 축적한 공정 노하우와 설비 자본을 바탕으로 반도체급 고순도 소재 시장으로 진출할 경우, 미국의 관세 장벽이 오히려 중국의 기술 진화를 자극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영미권 분석을 인용해 “관세를 통한 단기 격리 정책만으로는 기술 고도화를 노리는 중국의 진격을 막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중국은 현재 제살깎기식 출혈 경쟁을 막기 위해 중국 당국이 직접 제재에 나서며 고부가가치로의 전환을 직접 촉구하고 있다. 중국 시장감독관리총국은 최근 태양광 기업 대표들과 면담을 갖고 가격 준수 가이드라인을 논의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강민성 기자(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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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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