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9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안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한 정책위의장은 정부의 세제 개편안과 관련해 “최종적으로 8월 말 정도에 개편안이 정리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전에라도 당정이 좀 조율해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9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안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한 정책위의장은 정부의 세제 개편안과 관련해 “최종적으로 8월 말 정도에 개편안이 정리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전에라도 당정이 좀 조율해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정부의 탁상공론적인 정책이 시장과 민심을 뒤집어 놓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최근 발표한 ‘2026 세제개편안’과, 증시를 카지노로 만든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가 대표적이다. 세제 개편안은 대주주 편법을 막고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청년들의 투자 사다리를 걷어차 자산형성을 저해하고, 전월세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어 서민들을 졸지에 주거 난민으로 만든 악수(惡手)의 결정판이었다. 현실의 악은 보지 못한 채 엉뚱한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식 정책’이 민생을 어디까지 망가뜨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전형적인 책상위 행정의 참사다. 민심이 걷잡을 수 없이 험악해지자 이재명 대통령은 뒤늦게 참모들을 모아놓고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주가누르기 방지’ 개편안을 질타하고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하지만 일단 지르고 본 뒤 국민이 비명을 지르면 부랴부랴 번복하는 아마추어식 국정 운영이 벌써 몇번째인가.

이번 사태는 자본시장과 주택시장의 기초적인 메커니즘조차 이해하지 못한 참모들과 경제 관료들의 무능이 빚어낸 인재(人災)다. 양도세 공제기준을 실제 거주 기간으로만 일원화하면 집주인이 양도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직접 입주하게 되고, 그 집에 살던 죄 없는 세입자는 강제로 쫓겨나 거주 난민이 된다는 사실은 공인중개사들도 다 아는 상식이다. 국내 증시를 살리겠다며 ISA의 해외지수 ETF 투자를 금지시키고, 기존 계좌의 만기를 5년 축소하겠다는 것은 부작용에 대한 기초적인 시뮬레이션조차 안 해봤다는 증거다. 상속·증여세를 줄이려 주가를 일부러 낮추는 이른바 ‘주가 누르기’가 적발되면 주식 가치를 최소 30% 높여 세금을 매기는 내용의 주가 누르기 방지법안을 두고서도 여당내에서조차 비판의 소리가 나온다. 해외 투자를 국내로 유도하겠다는 목적으로 도입된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 또한 증시의 변동성을 크게 높이는 부작용이 생기자 금융당국은 몇차례나 보완방안을 내놓았다.

이같은 정책 난맥상은 대통령이 모든 현안을 점검하는 만기친람(萬機親覽)식 국정 운영이 관료 조직의 자율성과 정무적 스크리닝 기능을 마비시킨 데도 한 요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미리 답을 정해놓은 듯한 대통령의 발언에 맞추려다 보니 참모들과 부처 장관들은 시장에 미칠 파장을 직언하지 못하고 영혼 없는 답안만 내놓는 게 아닌가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런 거대한 혼란을 초래하고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면 관료 조직의 복지부동과 무능은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 이재명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도 급전직하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졸속 법안을 설계한 정부 경제정책 라인과 이를 정무적으로 걸러내지 못한 대통령실 참모진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 땜질식 처방으로 성난 민심을 달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일 것이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국정 기조 전환은 책임자에 대한 문책 없이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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