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연구
스즈키 다카시 지음 / 안승환 옮김
기파랑 펴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어떻게 명목상의 후계자에서 누구도 넘보기 어려운 절대 권력자로 올라섰을까. 책은 그 답을 개인의 카리스마가 아니라 공포와 관료제, 권력투쟁의 메커니즘에서 찾는다.
저자는 시진핑의 집권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저우융캉·보시라이·링지화 등 전임 지도부 실세들의 정변 시도는 그에게는 생존의 위기이자 깊은 트라우마로 남았다. 취임 직후 밀어붙인 반부패 운동과 대대적인 숙청은 권력욕만의 산물이 아니라, 다시는 도전받지 않겠다는 ‘공포의 정치’였다는 것이다. 이후 그는 당·정·군이라는 거대 관료기구를 장악하고, 민주생활회와 자아비판을 통해 간부들의 충성을 제도화했다.
특히 시진핑이 정치적 의사결정을 내릴 때 따른다는 ‘4단계 우선순위’는 시진핑의 다음 수를 읽는 열쇠다. 첫째는 자신과 가족의 안전 및 권력 유지, 둘째는 공산당 일당 지배의 영속화, 셋째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넷째가 대만 통일이다. 이 순서를 알면 대만 문제와 미중 갈등, 기술·우주 패권 경쟁까지 하나의 계산법으로 읽힌다. 시진핑을 ‘제2의 마오쩌둥’으로만 보는 시각도 책은 경계한다. 마오가 대중운동으로 관료제를 뒤흔들었다면 시진핑은 기율·감찰·빅데이터를 활용해 관료제 자체를 통치 도구로 삼았다. 뿌리는 마오에 닿아 있지만 방식은 훨씬 정교한 ‘디지털 레닌주의’에 가깝다는 것이다. 특히 양안(중국과 대만) 통일을 청일전쟁 패배로 시작된 ‘굴욕의 근대사’를 끝내는 과업으로 규정한 대목은 한반도에도 무겁게 다가온다. 대만 위기가 한반도까지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방대한 당·군 내부 자료, 실증 데이터 등을 토대로 중국 정치라는 ‘블랙박스’를 해부한 책은 단순한 평전을 넘어선다. 시진핑을 읽는 일은 한 인물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늘의 중국과 세계가 어디로 향하는지 가늠하는 일이다. 책은 시진핑을 통해 중국을 읽고, 중국을 통해 세계를 읽게 한다.
박영서 논설위원 py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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