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그 아벨 버크셔 해서웨이 CEO. [로이터통신 연합뉴스]
그레그 아벨 버크셔 해서웨이 CEO. [로이터통신 연합뉴스]

미국의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버크셔)가 ‘투자의 구루(스승)’로 불리는 워런 버핏(95)이 물러난 이후에도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시장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그레그 아벨(Greg Abel·사진) 새 최고경영자(CEO) 체제가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버크셔는 올 2분기 순이익이 256억7000만달러로 작년 같은기간보다 107.5% 증가했다고 8일(현지시간) 밝혔습니다. 순익 증가는 주식 등 투자자산 평가이익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입니다. 2분기 투자이익은 126억8000만달러로 순이익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습니다.

투자 손익의 변동성을 제외하고 회사의 사업 실적을 보여주는 영업이익은 129억8000만달러로 16.3% 늘었습니다. 제조업·서비스·소매 부문 이익이 44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대비 24% 증가하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습니다. 에너지 부문 이익도 27% 늘었지만, 자동차 보험사 가이코의 부진으로 보험 부문 이익은 13% 감소했습니다.

버크셔는 거대한 복합기업(Conglomerate)입니다.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바탕으로, 제조·유통·에너지 등 수많은 자회사를 직접 경영하고 남은 돈으로 글로벌 우량주에 투자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습니다. 보험 사업에서 나오는 ‘플로트’(Float)를 투자 재원으로 활용, 자동차 보험사 가이코(GEICO), 재보험사 제너럴 리(General Re) 및 알레가니(Alleghany)를 계열사로 두고 있습니다.

또한 미 최대 화물 철도 회사인 BNSF(Burlington Northern Santa Fe), 미 전역에 전력, 천연가스, 신재생 에너지를 공급하는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BHE), 비행기 부품사(프레시전 캐스트파츠), 조립식 주택(클레이턴 홈즈), 배터리(듀라셀), 아이스크림(데어리 퀸) 등 수십 개의 알짜 기업들도 갖고 있죠.

이렇게 보험 사업과 자회사들이 벌어들인 현금으로 애플,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코카콜라, 무디스 등 우량 상장기업 주식을 매입해 동반 성장하는 사업구조입니다. 이런 탄탄한 구조 덕분에 버핏이 버크셔를 이끈 60년(1965~2025년)동안 기록한 복리 연평균 수익률은 20%에 육박했습니다. 같은 기간 미 대형주 시장 지수인 S&P 500의 연평균 수익률(약 10.5%)의 2배에 달하는 경이로운 수치입니다.

아벨은 버핏의 뒤를 이어 2026년 1월부터 버크셔를 이끌고 있습니다. 그는 취임 이후 버핏과는 차별화된 과감한 ‘포스트 버핏’ 경영 행보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죠. 아벨은 막대한 현금을 쌓아두던 전략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자금 집행에 나섰습니다. 버크셔의 현금 및 단기 국채 보유액은 6월말 기준 3647억달러로, 전분기말 3802억달러에서 약 4% 줄었습니다. 현금 보유액이 감소한 것은 약 4년 만입니다.

그동안 버크셔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막대한 현금을 쌓아두는 한편 주식 투자에서는 순매도 기조를 이어왔죠. 반면 아벨의 버크셔는 2분기 약 235억달러 규모의 주식을 매입하고 37억달러어치를 매도했습니다. 14분기 연속 이어온 주식 순매도 행진을 끝낸 것이죠. 이 가운데 6월에 구글 모회사 알파벳 주식을 약 100억달러어치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버크셔는 2분기에 자사주 약 45억3000만달러 규모를 매입했습니다. 1분기 매입액은 2억3500만달러였습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버크셔가 아벨 CEO 체제에서 자사주 매입과 신규 주식 투자를 통해 자본 배분 전략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다만 버크셔가 대형 인수합병(M&A)을 공격적으로 확대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버크셔 관계자들을 인용, 아벨 CEO가 현재 공모 및 사모 시장의 자산가격이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판단해 대형 인수에는 인내심을 갖고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버크셔의 현금 보유액은 여전히 3600억달러를 웃돕니다.

아벨 CEO는 1962년 캐나다 앨버타주 에드먼턴의 노동자 계층 가정에서 자란 ‘흙수저’ 출신입니다. 어린 시절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랐으며 글로벌 회계법인 PwC에서 회계사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1992년 ‘칼 에너지’(이후 미드아메리칸 에너지로 사명 변경)에 합류했으며, 1999년 버크셔가 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버핏의 눈에 띄었습니다. 이후 에너지 부문을 총괄하며 탁월한 M&A 실적과 경영 능력을 입증해 마침내 CEO 자리에 올랐습니다.

강현철 논설실장 hckang@dt.co.kr,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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