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기 소진 보도 부인…한쪽선 생산 재촉
전쟁부 "무기 생산 계획 21일 내에 제출하라"
중·러, 美무기비축량 감소 예의주시도 우려
미 무기 소진 틈탄 이란 피해배상 다시 주장
배상금은 호르무즈 개방 협상에 새로운 변수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에서 대규모 미사일과 방공무기를 소모한 가운데 미국 정부가 방산업체들에 생산 능력을 신속하게 확대하라고 주문한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 정부는 무기 부족설을 공식 부인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핵심 무기 생산계획을 불과 21일 안에 제출하라고 요구하면서 실제 비축량과 생산능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은 미국의 전쟁 피해에 대한 배상까지 요구하며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워싱턴포스트(WP) 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스티븐 파인버그 전쟁부 부장관은 지난 5일 주요 방산업체에 서한을 보내 핵심 무기의 납품 속도와 생산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21일 이내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수년이 걸리는 기존 무기 개발·생산 주기로는 현재의 안보 환경에 대응할 수 없다며 즉각적인 생산 확대와 시설 증설, 자본 투자 방안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실제 이란전쟁 과정에서 미국의 무기 소모량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WP에 따르면 전쟁 첫 달에만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850발 이상, 패트리엇과 사드 요격미사일 1000발 이상이 사용됐다. 전투 초기에는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도 1300발 이상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미국이 이란의 공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패트리엇 PAC-3 미사일을 1500기 이상 사용했으며, 현재 전체 재고가 1700기 미만으로 줄었다고 보도했다. 생산 속도를 감안하면 소모된 물량을 보충하는 데 2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이 유럽과 아시아에 배치했던 패트리엇을 중동으로 이동시키면서 다른 지역의 방공 공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미국 정부는 이에 대해 무기 부족 보도를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전쟁부는 "대통령이 선택한 시기와 장소에서 타격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산업체에 생산 확대를 촉구하는 메모 자체는 실제 존재하며, 관련 내용은 향후 미국의 국방예산에도 반영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미국의 무기 재고 감소가 대 이란 전쟁 문제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장기전 수행 능력과 무기 비축 수준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미국이 특정 지역에서 방공무기를 대거 이동시키면서 한국과 일본, 유럽 등 동맹국의 방위 공백 가능성도 거론된다. 우크라이나 역시 서방의 방공미사일 지원 감소로 영향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란은 미국을 상대로 전쟁 피해 배상을 다시 요구하고 나섰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의 모하마드 바게르 졸가드르 사무총장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조건으로 미국의 해상 봉쇄와 제재 해제, 역내 미군 철수, 동결자산 무조건 해제와 함께 '침략 전쟁'에 따른 피해 배상을 요구했다. 이란 동맹국에 대한 공격과 미국의 대이란 위협을 중단하라는 요구도 포함됐다.
졸가드르 사무총장은 미국이 행동을 바로잡을 때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란 외교장관 역시 호르무즈 해협 개방 조건에 전쟁 피해 배상이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미국과 이란 사이에 마련된 기존 종전 양해각서(MOU)보다 훨씬 강경한 요구다. 특히 이란이 오만과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 방안을 협의하면서 합의가 임박했다는 기대가 나오던 상황에서 배상 문제가 새롭게 대두돼 협상의 변수가 커졌다.
선박 운항 정보사이트 케이플러에 따르면 지난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하루 평균 10여척에 그쳐 전쟁 전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결국 미국에는 이란전쟁으로 소모된 무기를 신속하게 보충하면서 동맹국에 대한 방위 공약까지 유지해야 하는 과제가 동시에 주어졌다.
반면 이란은 미국의 무기 소진 틈을 활용해 제재 해제와 동결자산 반환은 물론 전쟁 배상까지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있는 것이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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