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제도 부작용·여론 반발 커지자…ISA 등 잇단 원점 재검토

형사소송법 공포 이튿날 부처 이견…입법 전 조율 부재 드러나

레버리지 상품 상장 50일 만에 예탁금 3배…위험 평가 누락 논란

85일 만에 소급 완화된 부동산 세제…발표와 수정 간격 짧아져

거대 여당 독주 속 야당은 내홍…국회 정책 검증 시스템은 마비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주요 정책이 발표 직후 전면 재검토되거나 시행 초기 대폭 수정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새롭게 도입될 제도들이 국민 삶에 치명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여론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면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국민 삶에 피해를 준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며 문제가 확인된 정책의 수정을 주문했다. 부작용이 예상되는 제도를 사후에라도 바로잡겠다는 취지지만, 정책 방향을 먼저 확정한 뒤 현장의 반발이 커지면 핵심 기준을 뒤늦게 변경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이를 두고 야권과 20~30대 청년층을 중심으로는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훼손하는 "원칙 없는 실용에 국정이 흔들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표적으로 최근 세제 정책에서는 발표와 재검토 사이의 간격이 며칠 단위로 좁혀졌다.

정부는 지난 3일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신설과 기존 일반 ISA의 계약기간 제한, 납입한도 이월 폐지 등을 담은 세제개편안을 냈다.

재정경제부가 5일 과세 형평성 제고 등을 이유로 공식 설명에 나섰으나, 혜택 축소를 우려하는 청년층 등의 반발이 일었다.

결국 이틀 뒤인 7일 이 대통령은 준비 부족을 지적하며 개편안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주무 부처의 발표와 해명이 있은지 불과 48시간 만에 정책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부동산 세제 역시 단기간에 방향이 엇갈렸다. 정부는 지난 5월 10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재가동했으나, 85일 뒤인 지난 3일 세제개편안에서는 올해 양도분부터 가산세율을 소급해 낮추는 방안을 냈다.

정부는 보유세 개편에 맞춘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석 달 사이 정책 기준이 변동했다. 같은 날 이 대통령이 주택 공급 부진을 지적하며 기존 공급대책의 전면 재점검을 지시하면서, 세제 개편과 공급·금융 방안이 병행되지 않고 엇박자를 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책 속도전은 법안 통과 직후 부처 간 해석 충돌로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핵심 원안 발의 22일 만인 지난달 31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에 보완수사요구권 등 통제 장치가 포함됐고, 정부는 이달 4일 공포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5일 부처 업무보고에서 기존 검경 합동수사본부 존속 근거와 검사 참여 범위를 두고 이견이 노출됐다. 법무부는 "현행 유지 불가"를, 행정안전부는 "유사 협력수사 가능"을 맞섰다. 이 대통령이 합수본 운영 방안 재점검을 지시하면서, 10월 2일 시행 전 사전 조율됐어야 할 수사기관 협력 쟁점이 입법 후 과제로 밀렸다.

금융 시장에서는 코스피 수치와 특정 종목에 집착하면서 정부가 주식시장의 위험을 오히려 증폭시켰다는 불안감이 국내 투자자들에게 조성됐다.

앞서 금융당국은 규제 비대칭 해소를 명분으로 5월 27일 1000만원 예탁금 등 보호장치를 두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등의 상장을 허용했다.

상품 시가총액이 4조4000억원에서 7월 15일 11조9000억원으로 급증하자, 당국은 상장 50일 만에 신규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7월 31일부터 예탁금을 현금 3000만원으로 상향하면서 주식 시장에 혼란이 거듭됐다.

당시 국회 제출 자료를 보면 급락 시나리오를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 활성화 목표에 집착해 위험 요소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정책을 사전 여과해야 할 국회의 검증 기능도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161석을 포함해 범여권 의석수는 179석이고, 무소속을 포함하면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가 가능한 180석을 넘긴다. 실제 형사소송법 개정안 필리버스터 종결안은 183표로 가결됐다.

다수결은 대의제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정당한 절차지만, 여야 간 균형 추가 무너지면서 합법적 독주가 가능해진 셈이다. 국민의힘 역시 입법 견제 과정에서 대안 제시나 영향 평가 쟁점화보다는 표결 불참에 치중했고, 최근에는 당 윤리위원 사퇴와 징계 등 당내 갈등에 역량을 소모하며 정국을 바로잡을 동력이 약화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정부·여당이 자신들의 이념이나 목표, 지지층만을 위해 제도 적용에 따른 부작용을 고민하지 않은 채 입법과 집행을 하는 현상이 한국정치와 행정에서 당연한 풍경이 됐다"며 "이는 국민들 간 이견 조율과 국회의 숙의 기능이 완전히 무너진 결과"라고 평가했다.

김윤정 기자 kking15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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