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이어 전력망까지 영향력 확대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칩 개발업체 엔비디아가 데이터센터에 이어 전력 인프라 기업에 직접 투자하며 AI 인프라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반도체를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 데이터센터 가동에 필수적인 전력과 부지까지 확보해 주도권을 넓히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미국 전력 인프라 개발업체 랜시엄에 최대 30억달러(약 4조233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엔비디아는 우선 20억달러를 투입해 랜시엄 지분 20%를 확보할 예정이다. 이후 전력망 연결 등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10억달러를 추가 투자하는 구조다. 이번 투자 과정에서 랜시엄과 회사가 보유한 토지 및 전력망 연결 포트폴리오는 약 10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랜시엄은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지원을 받고 있는 전력 인프라 개발업체다. 미국 텍사스주 애빌린에 약 1000에이커(약 4㎢) 규모의 클린 캠퍼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곳은 미국이 추진하는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의 첫 거점으로 꼽힌다.

랜시엄에 따르면 해당 캠퍼스에는 1.2GW 규모의 전력망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AI 데이터센터가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하는 가운데 이미 전력 인프라를 확보한 부지가 있다는 점에서 사업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랜시엄은 내년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블랙스톤에 이어 엔비디아까지 투자자로 합류하면서 기업공개를 앞두고 시장의 관심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가 전력 인프라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AI 산업의 경쟁 축이 반도체 성능에서 데이터센터와 전력 확보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AI 모델을 학습하고 서비스를 구동하기 위해서는 고성능 AI 칩뿐 아니라 이를 탑재할 데이터센터와 안정적인 전력 공급망이 필수적이다. AI 데이터센터 건설이 급증하면서 신규 전력망 연결과 대규모 전력 확보가 사업 확대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상황이다.

엔비디아는 그동안 데이터센터를 직접 임차하거나 고객사의 데이터센터 확보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AI 인프라 영향력을 넓혀왔다.

지난달에는 데이터센터 개발업체 헛8이 건설하는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최대 500억달러에 장기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데이터센터는 최근 AI 데이터센터 업계에서 확보가 어려워진 전력을 이미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의 데이터센터 확보를 지원하기 위한 움직임도 나타났다. 엔비디아는 오픈AI가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추진하는 데이터센터 임차와 관련해 최대 2500억달러 규모의 지급보증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의 행보가 AI 반도체 공급을 넘어 데이터센터와 전력망까지 아우르는 인프라 생태계 구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반도체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부지와 전력 확보가 AI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로이터=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로이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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