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주·전북 잇단 시금고 경쟁…은행권 지방 공략 본격화
저원가성 예금 확보 ‘사활’…대규모 투자·지역 거점 구축 승부수
지방은행, 상생·밀착 영업으로 맞불…하반기 금고 전쟁 격화
금융권의 ‘쩐의 전쟁’이 서울 도심을 넘어 수도권 서부와 주요 지방 거점으로 확산하고 있다. 하반기 인천광역시를 시작으로 광주와 전북특별자치도 등 전국 주요 지방자치단체의 시·도금고 선정이 잇따라 예정되면서 시중은행들이 지역 영토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천은 올해 말 약정 만료를 앞두고 2027년부터 4년간 시의 곳간을 책임질 차기 시금고 선정 작업을 하반기에 본격화한다. 예산 17조원의 인천시금고를 지난 20년간 지켜온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이 굳건한 수성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오는 9월부터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에 조성한 ‘청라 그룹헤드쿼터’로 지주와 은행 등 10개 관계사 2200명을 입주시킬 예정인 하나금융그룹이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며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하나금융은 대규모 고용 창출, 협력업체 유입, 바이오·물류 클러스터와 연계한 기업금융(CIB) 인프라 등 지역사회 파급효과를 전면에 내세우며 인천을 그룹의 ‘제2의 심장’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이에 맞서는 신한은행 역시 오랜 기간 축적된 지자체 금고 운영 노하우와 지역 사회공헌 실적을 바탕으로 흔들림 없는 수성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인천시금고에는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참여를 검토 중이다.
인천뿐만이 아니다. 올 하반기 출범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시금고 입찰 역시 금융권의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예산 규모만 약 20조8000억원에 달하는 통합특별시는 올 연말까지 농협은행과 광주은행을 각각 1, 2금고로 임시 지정해 운영한다. 하지만 내년부터 최대 4년간 거대 재정을 전담할 공식 금융기관은 올 하반기 공개경쟁을 통해 최종 확정할 계획이어서 금융권의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평가 기준의 변화를 통해 지역 밀착형 금융을 강조하는 곳도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차기 도금고 선정 절차에 돌입하며 중소기업 및 서민 지원 등 ‘지역 기여형 지표’를 신설했다. 금고 은행의 지역사회 공헌도 평가를 대폭 강화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은행을 옥석 가리기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수도권의 영업망 확보 경쟁도 2막에 돌입한다. 지난 5월 51조원 규모의 서울시 본청 시금고 선정이 치열한 접전 끝에 마무리된 데 이어 오는 11월까지 서울시에 각 자치구의 ‘구금고’ 입찰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본청 입찰에 참여했던 시중은행들이 구 단위로 전장을 옮겨 영업망 탈환 및 확대를 위한 치열한 각축전을 벌일 예정이다.
은행들이 지방 금고 입찰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명확하다. 고금리 장기화 기조 속에서 이자를 거의 주지 않아도 되는 ‘저원가성 예금’을 대규모로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창구이기 때문이다. 수만명에 달하는 공무원과 그 가족들을 충성도 높은 우량 잠재 고객으로 편입시킬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이에 지방은행들은 대형 시중은행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지역 밀착형 상생 전략’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특별 저금리 대출 펀드를 대규모로 조성해 지자체 맞춤형 지원에 나서는 식이다.
금고 운영으로 얻은 수익을 지역 사회에 얼마나 환원하는지를 평가하는 ‘지역사회 기여도’ 항목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시중은행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오프라인 점포를 줄여나갈 때 오히려 지역의 대면 점포망을 유지하며 고령층 등 금융 소외계층의 접근성을 보장하는 전략도 내세우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자체 금고로 선정되면 안정적인 자금 조달은 물론 소속 공무원과 산하 기관, 지역 주민을 아우르는 막대한 연계 영업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올 하반기 금고 입찰 일정이 집중된 만큼 기관 영업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은행들의 전례 없는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형연 기자(jhy@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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