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내 민주사회주의 세력이 존재감을 빠르게 키우고 있습니다. 미시간주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 후보 경선에서 진보 성향 압둘 엘사예드 후보가 승리한 데 이어 위스콘신주에서는 한국계 프란체스카 홍(37·한국명 홍윤정)이 주지사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이에 공화당은 '공산주의' 프레임을 앞세워 견제에 나서고 있습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정치권의 이념 대결이 한층 격화하는 양상입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치러진 미시간주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 후보 예비 경선에서 엘사예드 후보가 3선 연방 하원의원 출신인 헤일리 스티븐스를 꺾고 당 공식 후보로 확정됐습니다. 엘사예드 후보는 당내 진보 성향인 민주사회주의자들의 전폭적 지지를 토대로 신승을 거뒀습니다. 양 후보의 득표율 격차는 1%포인트에 불과했습니다.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엘사예드는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인 마이크 로저스 전 하원의원과 맞붙게 됩니다. 만약 엘사예드가 승리할 경우 최초의 무슬림 연방 상원의원이 탄생하게 됩니다.
이번 미시간주 예비선거는 민주당 내 주류 중도 세력과 소수 진보세력 간 노선 다툼의 대리전 성격을 띠면서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지요. 공중보건 관료 출신인 엘사예드는 미국 민주사회주의자 진영의 좌장 격인 버니 샌더스(버몬트·무소속) 연방 상원의원, 진보 진영의 젊은 리더로 주목받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연방 하원의원(뉴욕·민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반면 스티븐스는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주 주지사 등 당내 주류 핵심 인사들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엘사예드 후보는 공공 의료보험 확대 및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원 반대를 핵심 선거 공약으로 내건 반면, 스티븐스 후보는 친(親)이스라엘 성향을 드러내며 엘사예드와 날을 세웠습니다. 경선 결과 스티븐스가 패하면서 중도 성향의 민주당 주류 세력은 충격에 휩싸인 모습입니다.
엘사예드에 이어 다음 승리를 거둘 민주사회주의자로는 위스콘신 주지사 직에 도전한 한국계 프란체스카 홍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5일 미국의 의회 전문 매체인 더 힐은 "민주사회주의자들이 프란체스카 홍에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더 힐은 홍 후보가 안정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달 말 발표된 여론 조사에서 홍 후보가 38%의 지지를 받아 16%에 그친 2위 사라 로드리게스 전 부지사와 상당히 격차가 벌어진 상황입니다. 위스콘신 주에서 홍 후보가 민주당 주지사 후보 자리를 거머쥔다면 민주사회주의의 상승세가 한층 탄력을 받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홍 후보의 상승세가 뚜렷해지자 공화당은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를 찾아 연설하면서 홍 후보를 향해 색깔론 공세를 펼쳤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홍 후보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은 채 "공산주의자들이 내세운 여자는 추수감사절이 폐지돼야 한다고 한다. 경찰이 백인우월주의 유지를 위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사람들은 위험하고 제정신이 아니며 미친 사람들"이라고 몰아세웠습니다. 이어 공산주의가 1·2차 세계대전, 9·11 테러 등을 다 합쳐도 미국에 가장 큰 위협이라며 공화당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공화당은 홍 후보가 과거 추수감사절에 대해 식민주의를 기념하는 날이라고 비판한 것을 두고 계속해서 문제 삼고 있습니다. 추수감사절이 평화로운 만찬만 강조하면서 미국 원주민의 고통을 가린다는 것이 홍 후보 주장의 취지입니다. 하지만 공화당은 이를 '미국 전통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엘사예드 후보에 대해서도 "유대인을 혐오하는 사람"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야당에 불고 있는 민주사회주의 바람을 경계하는 한편 이념 대결을 통해 공화당에 유리한 구도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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