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예보 정확도 급상승…‘슈퍼컴퓨터 시대’ 흔들

기상풍선 400개가 만드는 데이터 우위…고객 급증

투자자·원자재 시장 겨냥 고부가가치 서비스 확대

“AI보다 데이터가 경쟁력”…기상산업, 진화 중

폭염으로 인해 프로야구 모든 경기가 이틀간 취소됐다. 5일 경기장을 관리하는 모습. 연합뉴스
폭염으로 인해 프로야구 모든 경기가 이틀간 취소됐다. 5일 경기장을 관리하는 모습. 연합뉴스

인공지능(AI)이 기상예측의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면서 날씨 예보 사업의 가능성이 재발견됐다.

대규모언어모델(LLM)이 산업별 특화 AI로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 스타트업 윈드본 시스템즈(WindBorne Systems)가 기상풍선과 AI를 결합해 기존 정부 기상기관보다 높은 정확도의 예보를 제공하며 ‘날씨 비즈니스’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AI가 기상예보를 더 잘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이를 어떻게 돈이 되는 사업으로 연결할 것인지가 차세대 기상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IT매체 테크크런치는 5일(현지시간) AI 기반 기상예측 스타트업 윈드본의 성장 전략을 조명했다. 날씨 예측 기술이 금융과 에너지, 농업, 물류 등 다양한 산업에서 고부가가치 데이터 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음으로 보여준 것이다.

윈드본은 2019년 스탠퍼드대 학생들이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처음에는 기존 기상풍선보다 오래 비행하는 차세대 기상풍선을 개발해 관측 데이터를 판매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2022년 이후 AI 기반 기상예측 모델이 빠르게 발전하자 단순한 데이터 공급업체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AI 예보 모델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전환했다.

회사가 최근 공개한 AI 모델 ‘웨더메시(WeatherMesh)-6’는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의 전통적인 수치예보 모델과 기존 AI 모델을 모두 뛰어넘는 정확도를 목표로 개발됐다.

특히 지표면 온도 예측에서는 “기존 예보 하루 전 수준의 정확도를 5일 전에 달성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또한 기존 기상모델이 6시간 간격으로 예보를 갱신하는 것과 달리 1시간마다 새로운 예측을 생성하며, 미국 본토에서는 최대 3㎞ 해상도의 세밀한 예보를 제공한다.

이 같은 경쟁력의 핵심은 AI 자체보다 데이터에 있다.

현재 윈드본은 전 세계 15개 기지에서 발사한 약 400개의 기상풍선을 동시에 운용하며 대기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일반적인 AI 기상모델들이 ECMWF나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생산한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과 달리, 윈드본은 자체 관측 데이터를 AI 모델에 직접 입력하는 기술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줄이고 예측 정확도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존 딘 윈드본 최고경영자(CEO)는 “데이터 우위 없이 AI 기상회사를 운영하는 사업모델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현재 ECMWF의 초기 데이터를 제거하더라도 상당한 수준의 예측 성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는 AI 시대에도 알고리즘보다 독점적인 데이터 확보 능력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실제로 윈드본은 이미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기상 데이터를 공급하고 있으며, 미 공군과 해군에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동시에 투자기관과 원자재 트레이더들에게 맞춤형 기상예보를 판매하며 민간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에너지와 농산물, 원자재 가격은 기상 변화에 민감한 만큼 정확한 예보는 투자 수익과 직결되는 핵심 정보로 평가받는다.

다만 회사는 당장 소비자용 서비스를 확대하기보다 AI 모델과 데이터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딘 CEO는 “2년 뒤 사람들이 AI 에이전트를 통해 정보를 얻는 시대가 온다면 지금 막대한 비용을 들여 별도의 SaaS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서비스 이용 방식 자체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AI 기상예측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업계 전반에서도 확인된다. 구글 딥마인드와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대형 기술기업들도 AI 기반 기상예측 모델 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있으며, 각국 기상기관 역시 이를 기존 예보 시스템에 접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AI가 계산 비용을 크게 줄이면서도 예보 속도와 정확도를 높여 향후 기상서비스 전반을 재편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기록적인 폭염이나 초강력 태풍 등 극단적 기상현상에서는 여전히 기존 물리 기반 수치예보 모델이 우위를 보이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어 두 기술을 결합하는 방식이 당분간 주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AI 경쟁의 무게중심이 범용 생성형 AI에서 산업 특화 AI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보고 있다.

AI 자체보다 독점적인 데이터 확보와 이를 실시간으로 학습시키는 능력이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기상산업 역시 고부가가치 데이터 플랫폼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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