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이어 전력 기업 대표으로 활동도

여권·출생증명서·혼인증명서 등 이용

중국과 대립 상황서 국가 안보 우려 커져

지난 2024년 9울 9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상원 청문회에서 앨리스 궈(35·여) 전 밤반시 시장이 의원의 질문을 듣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2024년 9울 9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상원 청문회에서 앨리스 궈(35·여) 전 밤반시 시장이 의원의 질문을 듣고 있다. [EPA=연합뉴스]

필리핀에서 중국인이 현지인으로 위장해 핵심 인프라 사업 관련 고위직 신분으로 주요 사업에 관여한 사실이 또다시 드러나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에도 중국 국적자가 신분 세탁을 통해 전력망 공사업체 대표로 활동한 혐의로 체포됐고, 이전에 지방 시장과 광산 재벌 등의 신분으로 침투해 활동한 사례도 있었다.

5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필리핀 이민국은 지난 6월 말 전력망 공사업체 ‘맥시프로 개발’의 대표이자 최대 주주인 로런스 케 사이를 이민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사이는 부정하게 취득한 필리핀 여권과 출생·혼인증명서 등을 활용해 필리핀인 행세를 했다고 필리핀 이민국은 밝혔다. 수사 과정에서 발견된 2009년도 외국인등록증에는 그가 중국 푸젠성 출신의 중국 국적자로 기재돼 있다.

다나 산도발 이민국 대변인은 현지 매체에 “외국인이 필리핀 서류를 이용해 필리핀인으로 위장하는 것은 이민법 위반”이라며 “그는 즉시 구금됐다”고 말했다.

맥시프로는 필리핀 국유 전력망을 운영·유지·개발하는 민간 기업인 전국전력망공사(NGCP)의 협력업체로 알려졌다. 맥시프로는 NGCP로부터 수주한 11개 프로젝트를 마쳤고, 6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필리핀은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필리핀 사람으로 신분 세탁한 중국인 국적자가 주요 분야로 침투해 활동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24년 필리핀 북부 루손섬 타를라크주 밤반시의 앨리스 궈 전 시장이 중국 국적자 신분을 속이고 필리핀인으로 위장해 살아온 사실이 드러났다.

궈 전 시장은 현직 시장 신분으로 범죄단지(사기작업장)도 몰래 운영했다. 이후 해외 도피했다가 인도네시아에서 붙잡혀 송환된 뒤,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가 중국 공안부와 연계됐다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해 8월엔 광산 재벌 조지프 사이가 지문 확인을 통해 중국 국적자로 판명돼 이민국에 체포됐다. 그는 부정한 방법으로 필리핀 국적을 취득하고, 필리핀 해경 명예직을 얻어 국가 안보를 위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적 도용과 출생증명서 위조, 신분 사기 등이 국가 안보에 민감한 전력·통신 등의 산업 분야로 침투하는 주요 경로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니엘리토 히메네스 변호사는 “가짜 필리핀 신분을 이용해 전략적 산업에 진입하는 것은 분명히 국가 안보 문제로 간주돼야 한다”면서 “이는 외국인 소유권에 대한 헌법적 제한을 우회하는 데 사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로이 빈센트 트리니다드 필리핀군 대변인도 적대적인 외국 세력이 핵심 인프라를 장악할 경우 심각한 안보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양수 기자(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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