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FMS 2026'의 삼성전자 부스를 참관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FMS 2026'의 삼성전자 부스를 참관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메모리·스토리지 행사 'FMS 2026'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삼성전자는 기존 HBM보다 최대 8배 높은 성능과 3배 향상된 전력 효율을 구현한 차세대 3차원(3D) 메모리 'zHBM'를 공개했다. AI 칩 위에 메모리를 수직으로 적층해 데이터 이동 거리를 획기적으로 줄임으로써 AI의 최대 난제인 병목 현상을 해소하고 대역폭과 전력 효율도 동시에 끌어올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SK하이닉스 역시 미 샌디스크와 함께 차세대 스토리지 기술인 'HBF'(고대역폭낸드플래시)의 첫 표준 규격을 공개했다. HBF는 낸드플래시의 대용량에 HBM급 데이터 전송 성능을 결합한 메모리다.

AI 시대에는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메모리는 더 이상 보조 부품이 아니라 AI 산업의 핵심 인프라가 됐다. 세계 AI 산업이 직면한 문제를 가장 먼저 해결하는 기술을 한국 기업들이 내놓았다는 것은 우리가 AI 시대의 표준과 시장을 선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양사의 차세대 기술은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혁신이 한국 경제의 성장 해법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한국은 자원이 아니라 기술과 인재로 성장한 나라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도 과감한 연구개발과 끊임없는 기술 혁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금처럼 잠재성장률 하락 상황에서 경제를 다시 일으킬 힘은 결국 혁신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성장의 해법은 재정 지출 확대나 단기 부양책이 아니라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과 산업을 계속 만들어내는 데 있다.

그러나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세계 각국은 세제 지원, 전력·용수 인프라 확충, 인허가 단축 등을 앞세워 반도체 패권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반면 우리는 복잡한 행정 절차와 늦은 인허가, 불확실한 투자 환경으로 기업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업은 미래를 향해 뛰는데 제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기술 우위는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기업이 마음껏 도전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장애물을 걷어내는 것이다. 양사가 보여준 혁신이 끊임없이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야말로 저성장을 돌파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가장 확실한 성장 전략이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