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매출 78억달러… 스타링크, 외형 성장 견인

먼 미래 향한 시선… “스타십 하루 한 번 이상 쏠 것”

“연 매출 1000억달러, 2030년엔 1조달러 성장” 제시

투자자 ‘미래’보다 ‘현금흐름’ 선택… 수익성 시험대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 AP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 AP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

“달에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고 내년에는 스타십을 매일 발사하겠다.”

실적은 기대 이상이었다. 하지만 시장은 환호보다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일론 머스크는 위축되지 않았다. 더 거대한 비전을 내놓았다.

스페이스X는 4일(현지시간) 상장 이후 처음으로 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2분기 매출은 78억달러(약 11조원)로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전망치(69억3000만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 증가한 기록이다.

영업손실은 1억4300만달러, 순손실은 5억4100만달러로 적자를 이어갔지만, 시장이 예상했던 19억달러 규모의 순손실보다는 훨씬 양호했다.

외형 성장의 중심에는 스타링크가 있었다. 위성 인터넷을 담당하는 커넥티비티 사업 매출은 42억9000만달러로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스타링크 가입자는 1200만명으로 1년 전의 두 배 수준으로 늘었고, 해외 시장 확대와 저가 요금제가 성장세를 이끌었다. 인공지능(AI) 부문 매출은 25억6000만달러, 우주 사업 매출은 9억6200만달러로 세 사업 모두 시장 전망을 웃돌았다.

그러나 실적 발표가 끝나자 투자자들의 시선은 매출이 아니라 자본지출(CapEx)로 향했다. 스페이스X의 2분기 전체 자본지출은 184억달러로 전 분기보다 83억달러 증가했다. 이 가운데 AI 부문에만 158억달러(약 22조5000억원)가 투입됐다. 전 분기의 두 배, 지난해 같은 기간의 20배를 웃도는 규모다.

AI 투자 확대는 현금흐름에도 부담을 줬다. 스페이스X는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 덕분에 현금성 자산이 935억달러로 크게 늘었지만, 분기 잉여현금흐름은 19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회사는 3분기와 4분기에도 비슷한 수준의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예고했다.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정규장에서 9.4% 상승했던 스페이스X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 8% 안팎 급락했다. 기대 이상의 실적보다 앞으로도 계속될 대규모 AI 투자와 수익성 악화를 더 우려한 것이다. 여기에 이번 주 후반 상장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보호예수 물량이 시장에 풀릴 예정이라는 점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하지만 머스크의 시선은 단기 주가가 아닌 훨씬 먼 미래를 향하고 있었다.

그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사람들은 스타링크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전 세계 인터넷의 상당 부분을 스타링크가 담당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또 올해 말까지 AI 컴퓨팅 용량을 2GW 이상으로 늘리고 내년 말에는 10GW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새 데이터센터는 모두 엔비디아 AI 칩으로 구축해 AI 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무엇보다 관심을 끈 것은 우주 개발 계획이었다. 머스크는 달 표면에 질량 가속기(Mass Driver)를 설치해 달에서 직접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개념을 공개했다. 지구보다 중력이 훨씬 약한 달에서 위성을 발사하면 연료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또 AI 데이터센터 역할을 수행할 ‘스타마인드’ 위성을 내년부터 쏘아 올리고, 1년 뒤에는 스타십을 하루 한 번 이상 발사하는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실적 목표도 공격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올해 말 연간 환산 매출 1000억달러를 달성할 수 있다”고 전망한 데 이어 “2030년에는 실매출 1조달러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성 인터넷과 AI, 우주 발사 사업을 하나의 생태계로 묶어 세계 최대 첨단 인프라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머스크는 언제나 현재보다 미래를 판다. 테슬라에서도 그랬고, 스페이스X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상장회사가 된 스페이스X는 이제 비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매 분기 실적과 현금흐름, 투자 효율을 냉정하게 평가받아야 한다.

실적 발표 후 시장의 반응은 그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시장은 매출 성장보다 AI 투자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더 크게 바라봤다. 반면 머스크는 단기 주가보다 달과 화성, 그리고 AI 인프라가 결합된 미래를 이야기했다.

결국 스페이스X의 천문학적인 AI 투자와 우주 산업에 대한 베팅이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또 한 번 ‘머스크의 미래’를 믿는 투자자들의 긴 기다림이 이어질지 연말쯤에는 어느 정도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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