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판매·재무 산하로 분산 배치

중동전·원가압박 대응 비용 효율화

정의선 ‘IT스러운’ 조직 혁신 일환

진은숙 현대자동차·기아 ICT담당 사장. 현대차그룹 제공
진은숙 현대자동차·기아 ICT담당 사장.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기아가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조직을 전면 재배치하면서 공급망 관리 체제를 새로 구축했다. 현대차그룹 첫 여성 사장이자 사내이사인 진은숙(사진) 현대차·기아 정보통신기술(ICT)담당 사장이 주도했다.

이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강조한 'IT(정보기술) 회사보다 더 IT스러운' 조직 혁신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진 사장은 NHN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인 ICT 전문가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 4월 ICT본부 산하 PSI사업부 내 조직됐던 ERP운영실을 폐지했다.

기존엔 ERP 조직을 한 데 묶어 운영했지만, 중동 전쟁을 계기로 상품·제조·재무 관리 산하에 각각의 ERP 조직을 분산 배치해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진은숙(오른족 두번째) 현대자동차·기아 ICT담당 사장이 지난 6월 8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현대차그룹 양재 사옥을 방문 당시 정의선(오른쪽 세번째) 회장과 동행해 환대하고 있다. 임주희 기자
진은숙(오른족 두번째) 현대자동차·기아 ICT담당 사장이 지난 6월 8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현대차그룹 양재 사옥을 방문 당시 정의선(오른쪽 세번째) 회장과 동행해 환대하고 있다. 임주희 기자

이번 조직개편은 ICT담당을 이끄는 진 사장이 추진해온 차세대 ERP 구축과도 맞닿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진 사장은 지난해 말 사장 승진 당시 차세대 ERP 시스템 구축 등을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아 현대차 창립 이후 첫 여성 사장이 됐다.

당시 ERP운영실에는 생산ERP팀, 판매 ERP팀, 재무ERP셀(Cell) 조직이 배치됐는데 이들 부서는 조직개편 이후 ICT담당 산하의 생산품질시스템PO실, 판매서비스시스템PO실, 재무경영지원시스템PO실 밑으로 각각 편제됐다.

ERP는 기업의 재무, 인사, 생산, 영업, 구매, 물류 등 전사적 업무 프로세스를 하나로 통합해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경영 효율성과 직결된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2월 말 중동 전쟁이 발발하면서 공급망의 중요성이 커졌고, 반도체 가격 인상 등 원가 압박 부담도 가중됐다.

이번 조직 재편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이는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제조업 전반의 공통된 현상으로, 비용 절감이 기업 경쟁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현대차는 올 2분기 영업이익이 2조8509억원을 기록해 작년 동기 대비 20.8% 감소했다. 매출은 49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로 썼지만 판매 축소, 미국 관세, 원가 부담 확대 등에 수익성이 저하됐다.

현대차는 2분기 실적발표에서 "중동전쟁과 인플레이션 영향에 따라 플라스틱 등 주요 원재료의 가격이 큰 폭 상승해 2분기에 4000억원의 비용이 증가했다"며 "재료비, 원가 절감 등을 추진해 원자재 인상 영향 금액에 약 50%를 상쇄했다. 품질 비용 절감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회사 안팎에서는 현대차·기아가 이 시점에서 ERP 조직을 재편한 것을 놓고 공급망 등의 비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대(對)고객 서비스 품질을 강화하고 비즈니스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며 "ERP 조직을 공통으로 운영하던 것에서 세분화해 업무 도메인 중심 구조로 재편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직개편으로 진 사장 중심의 ICT 조직 체제가 한층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진 사장은 현대차가 지난 4월 장재훈 부회장 직속으로 신설한 AI거버넌스 태스크포스(TF)팀의 수장도 맡았다.

지난 6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현대차그룹 양재 사옥을 방문했을 때는 정의선 회장과 함께 동행하는 등 그룹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재계에서는 ERP 조직재편이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날 경우 진 사장의 회사나 입지를 더욱 탄탄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진 사장은 NHN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으로, 2021년 현대차로 자리를 옮긴 이후 줄곧 ICT업무를 맡아 왔다. 현대차·기아는 작년 말 진 사장의 승진 배경으로 "글로벌 원 앱 통합과 차세대 ERP 시스템 구축 등 그룹의 IT혁신전략을 주도해왔다"고 밝혔다.

장우진·임주희 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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