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정 결과 코스피 대상회사 84~87개 불과
대부분 저PBR 회사들 세제개편안 빠져나갈 우려
정부가 상속·증여세를 줄이려 주가를 일부러 낮추는 이른바 ‘주가 누르기’ 기업에 대해 높은 세금을 매기는 세제개편안을 내놨지만, 상당수 저평가 기업이 이를 회피할 수 있어 정책 유효성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4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주가 누르기 방지법 세제개편에 대한 유감’이라는 논평을 내고 “수많은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에 면죄부를 주는 미흡한 정책”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포럼은 “일부 상장사는 법률·세무 자문을 활용해 세제개편안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며 “주가 누르기 방지법에 속도를 내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주문에 부합하지 않고, 총주주 이익 보호라는 개정 상법의 취지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전날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상속·증여 과정에서 주가가 지나치게 낮게 평가된 상장주식의 평가 방식이 개편된다.
개편안에 따르면 최근 6년간(13반기 중 누적 12반기) PBR이 업종별 하위 25%(코스피), 하위 10%(코스닥)에 해당하는 기업이 주가 누르기 추정 대상에 오른다.
주가 누르기로 판단될 경우 정상 가격 산정을 위해 상장주식 가치 평가기간이 확대된다. 저PBR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최근 6개월∼6년 6개월간 종가의 평균과 현행 평가방법에 따른 시가의 1.3배 중 더 큰 금액을 기준으로 과세한다.
저PBR 외 다른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최근 6개월∼3년간 종가의 평균 중 최대치를 적용받는다. 결과적으로 기존에 비해 최소 30% 할증된다.
PBR은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1배 미만은 기업의 시장가치가 장부상 순자산보다 낮다는 의미다.
특히 포럼은 상장주식 평가시 전체 시장이 아닌 해외 전문투자자들이 사용하는 글로벌산업분류기준(GICS)에 따라 11개 업종별로 하위 25% 기업을 선별한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포럼은 “전체 시장의 하위 25%를 적용하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210~220개가 추려진다”면서 “하지만 업종별 하위 기업을 대상으로 하면 코스피 상장사 84~87개, 코스닥 상장사 43개 등으로 총 130개로 줄어든다”고 짚었다.
이어 “이들의 시총 평균은 코스피 상장사 5557억원, 코스닥 상장사 1173억원으로 대부분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제외된다”며 “GICS 11개 업종 중 10개(IT 제외)의 PBR 중위값이 1배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에서, 업종별 하위 25%를 고르는 방법은 수많은 저PBR 기업에 면죄부를 주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안은 최근 6.5년간 종가의 평균과 현행 평가방법에 30%를 할증한 값을 비교해서 높은 것을 하도록 했다”며 “이렇게 하면 오히려 장기간에 걸쳐 주가를 더 적극적으로 누르는게 지배주주 입장에서 필요해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포럼은 “이번 세제개편안은 법안 기교성만 부각되고 일반주주의 권익 침해 방지 효과는 극히 미미할 것”이라며 “개편안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컸지만 정부안은 개혁 의지의 후퇴로 인식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미정 기자(mjk@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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