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부동산 세제 개편으로 집주인들의 절세 셈법이 복잡해졌다.

그동안은 보유세가 늘더라도 보통의 집주인이라면 장기보유특별공제와 종합부동산세 세액공제 등을 통해 세 부담을 줄이는 것이 가능했지만, 부동산 세금 체계가 바뀌면서 지금 집에 그대로 살아야 할지, 아니면 매도나 실거주 여부를 함께 따져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들의 선택에 따라 수도권 매매는 물론 전월세 시장까지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일 서울 압구정과 반포 일대 공인중개소와 업계에 따르면 이날 세제 개편 영향을 묻는 문의가 평소보다 부쩍 늘었다. 시가 35억원 이상 아파트의 보유 실익이 낮아지면서 보유 전략을 다시 계산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들 공인중개업소는 이번 세제 개편으로 강남 집주인들이 더 이상 '버티기' 전략만 고수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 보유에 따른 세제 혜택이 크게 줄어 세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과세표준 6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의 종부세율 체계는 주택 수가 아닌 주택 가액 기준으로 일원화됐다.

1주택자의 경우 구간에 따라 적게는 0.3%포인트(p), 많게는 2.3%p까지 종부세율이 오른다.

이번 세제 개편안을 시가 100억원 주택에 적용하면 기존 5000만원 안팎이던 종부세는 2028년 1억원대로 늘어날 수 있다.

현재 압구정 재건축 대형 평형과 반포 일대 신축 대형 평형이 이 가격대에 해당하는 점을 감안하면 두 지역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압구정동 H공인 관계자는 "당장 팔면 양도세가 5억원을 넘지 않는데, 2029년에는 20억원까지도 뛸 수 있어 매도 시점을 고민하는 집주인들이 있다"며 "장기간 보유한 집주인들로부터 관련 문의가 특히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거주를 결정하는 집주인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실거주 없이 보유만 하는 경우 공제 혜택이 줄어든다. 기존에는 보유만 해도 연 4%, 최대 40%의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2029년부터는 실거주자에게만 연 8%, 최대 80%의 공제가 적용된다.

이런 움직임이 현실화되면 초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월세 공급이 감소할 가능성이 커진다. 전세 매물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공급 감소 압력이 더해지면 전셋값이 오를 수 있다.

월세를 높여 세 부담을 상쇄하려는 움직임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반포 일대에서는 월 임차료가 2000만원을 넘는 초고가 월세 거래가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반포 래미안원베일리 전용면적 133㎡는 지난달 보증금 7억원, 월세 2000만원에 임대차 계약이 체결됐다.

임차인들 사이에서도 고가 월세 물건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 초고가 아파트의 가격 상승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 고가 월세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반포 R공인 관계자는 "세제 개편으로 매매 금액은 더 오르기 어려울 것으로 보지만 월세 금액은 더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초고가 주택 보유자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부동산 시장 흐름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강남 아파트가 시장 흐름을 선도하는 성격이 있다 보니 강남 집주인들의 의사결정에 따라 수도권 매매·임대차 시장이 크게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다만 종부세 과세기준일인 내년 6월까지는 시간이 남아 당분간은 시장 상황을 지켜보려는 움직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박순원 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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