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 아닌 성과에 돈내야… 오픈AI·앤트로픽 정면비판

“AI 주권 혁명 시작”… 기업 데이터·지식재산 통제 강조

팔란티어, 2분기 매출 2조7700억원… 1년 새 93% 급증

빅테크 “천문학적 비용 외면한 주장”… AI 논쟁 본격화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테크놀러지 CEO. AP 연합뉴스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테크놀러지 CEO. AP 연합뉴스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테크놀러지 CEO

미국 인공지능(AI)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러지의 알렉스 카프 최고경영자(CEO)가 오픈AI, 앤트로픽, 구글 등 미국 AI 빅테크들을 신랄하게 비판해 이목이 쏠렸다.

이들 기업들이 주도하는 폐쇄형 거대언어모델(LLM) 중심의 AI 생태계를 마르크스주의의 ‘부르주아’(유한계급)에 빗대 비판하면서, 사용량(토큰) 기반 과금 체계와 데이터 활용 방식까지 정조준해 AI 산업의 주도권을 둘러싼 새로운 논쟁에 불을 지폈다.

특히 카프 CEO는 기업이 AI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토큰’이 아니라 ‘성과’이며, AI 기업이 고객의 데이터와 지식재산(IP)을 장악하는 현재의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 대신 기업이 자체 인프라에서 AI를 운영하는 ‘오픈웨이트’(Open-weight) 모델과 ‘AI 주권’(AI Sovereignty)이 차세대 AI 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카프 CEO는 3일(현지시간) 공개한 2분기 주주서한에서 “독립과 AI 주권을 위한 혁명이 이제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우리 고객들은 AI 언어모델의 속국으로 전락하는 것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모델들은 우리 문명이 만들어낸 거의 모든 문헌 자료를 흡수해 성장했고, 이제는 그 모델과 이를 개발한 기업들이 전 세계 산업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폐쇄형 LLM을 개발하는 오픈AI와 앤트로픽, 구글 등 주요 AI 기업들이 인터넷과 각종 문헌에서 학습한 모델을 토큰 단위로 과금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동시에, 서비스 과정에서 고객 데이터까지 다시 학습에 활용하면서 기업들의 핵심 자산을 흡수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카프 CEO는 마르크스주의 개념까지 끌어들였다. 그는 AI 모델 개발사를 ‘부르주아’, 일반 기업들을 ‘프롤레타리아’(무산계급)에 비유하며 “LLM 개발사들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자칭 파트너들의 생산수단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계 경제를 장악하겠다고 위협해온 토큰 산업 복합체‘(Token Industrial Complex)의 한계와 결함은 점점 더 드러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팔란티어는 이런 관계를 거부한다고 그는 밝혔다.

카프 CEO는 “우리는 클릭이나 토큰, 채팅에 대해 보상받지 않는다”며 “현대 경제사에서 가장 중요한 발전을 게임처럼 만드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AI 산업의 핵심 수익모델인 ‘토큰 기반 과금’ 자체를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그는 CNBC 인터뷰에서 “기업은 AI 토큰이 아니라 실제 비즈니스 성과에 돈을 지불하고 싶어 한다”고 강조했다. AI 사용량이 늘수록 비용이 증가하는 현재의 구조는 기업 입장에서 예측이 어렵고, AI 도입의 실질적인 목적과도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카프 CEO는 그 대안으로 오픈웨이트 모델을 제시했다. 오픈웨이트는 AI 모델의 가중치를 기업이 직접 활용할 수 있어 자체 서버나 데이터센터에서 AI를 운영할 수 있는 방식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데이터를 외부 AI 기업에 맡기지 않고 내부에서 직접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는 “기업들은 자신들의 데이터와 AI를 직접 통제하려 할 것이며, 이것이 AI 주권”이라며 “앞으로 기업들은 외부 AI 모델에 종속되기보다 스스로 AI를 통제하는 방향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AI 기업들은 화려한 데모와 미래 비전을 이야기하지만 고객이 원하는 것은 생산성과 수익을 높여주는 실제 결과”라며 “성과 없는 AI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카프 CEO의 공세는 팔란티어의 폭발적인 실적을 발판으로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팔란티어는 이날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한 19억3500만달러(약 2조77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를 1억달러 이상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미국 정부 부문과 상업 부문 모두 세 자릿수에 가까운 성장세를 기록했고, 미국 상업 매출은 무려 149% 급증했다.

카프 CEO는 “이번 분기 실적은 별세계 수준”이라며 “우리 사업의 성장 속도와 규모는 어느 때보다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다른 기업이 1년 이상 걸려야 달성할 수 있는 일을 우리는 90일 안에 해낼 수 있다”며 “미국 상업 사업은 이제 막 불이 붙었을 뿐이며 아직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

카프 CEO는 최근 미국 기술기업들이 발표한 개방형 AI 규제 반대 공개서한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는 중국 AI와의 경쟁과 관련해서도 “우리가 승리하려면 경쟁해야 하며 미국의 오픈웨이트 모델이 중국의 개방형 모델만큼 뛰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프의 주장에 대해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프론티어 AI 진영은 거부감을 나타냈다.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앤트로픽은 오픈웨이트 모델 자체를 반대한 적은 없다”면서도 “공익적 가치와 함께 안전성과 국가안보 위험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빅테크 진영은 무엇보다 최첨단 LLM 개발에 투입되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이유로 든다. 수만 장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막대한 전력, 데이터 확보 비용 등을 감안하면 토큰 기반 과금은 연구개발(R&D) 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방식이라는 것이다.

또 카프 CEO가 주장하는 ‘성과 기반 과금’은 기업마다 AI가 창출한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렵고 계약 분쟁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한다. 오픈웨이트 모델 역시 초기 비용은 낮아 보일 수 있지만, 자체 인프라 구축과 파인튜닝, 전문 엔지니어 확보, 운영·보안 유지까지 포함한 총소유비용(TCO)은 오히려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기반 서비스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한다.

AI 산업은 지금 두 흐름이 충돌하고 있다. 하나는 막대한 선행 투자를 기반으로 최첨단 모델을 개발하고 토큰 사용량으로 비용을 회수하는 ‘프론티어 AI’ 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이 데이터와 AI를 직접 통제하는 ‘AI 주권’과 오픈웨이트 전략이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규화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