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J 금리 동결은 ‘모순적 정책’… 한계 뚜렷한 개입

미일 금리 차 심화, 美연준 9월 인상 가능성도 변수

확장적 재정정책도 엇박자… 엔캐리 청산 예의주시

유로화 팔아 엔화 매입… “비정상적, 신뢰 떨어뜨려”

일본 엔화. 연합뉴스
일본 엔화. 연합뉴스

미국과 일본 정책당국의 전격적인 외환시장 공동 개입으로 엔화 가치가 급반등했으나, 시장에서는 이러한 강세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일본은행(BOJ)의 실질적인 통화정책 전환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엔화는 언제든 다시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가 엔화 약세를 방어하면서도 다른 쪽에선 엔화 약세를 부추기는 다양한 정책들을 펴면서 효과가 의심된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찾는 것처럼 모순이라는 것이다.

최근 사흘간 양국 당국의 밀착 개입으로 엔·달러 환율은 1986년 이후 40년 만의 최저치인 164엔선에서 157엔 수준으로 밀려났다.

일본 재무상이 향후 추가적인 공조 개입 가능성을 열어뒀음에도, 시장전문가들은 초저금리를 고수하는 BOJ의 신중한 스탠스가 엔화 강세를 지지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은다.

엔화 약세의 근본 원인인 양국 간 현격한 금리 차가 지속되는 점도 엔화 반전의 발목을 잡는다. 현재 미국의 단기 금리는 일본보다 약 2.5%포인트(p) 높은 상태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 기준 64.7%)이 우세해지면서 투자자들의 자금은 여전히 고금리 자산으로 쏠리고 있다.

에드몽 드 로스차일드의 나빌 밀랄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BOJ의 통화 긴축 없이는 엔화 반등세가 길게 유지되기 힘들다”며 정부 개입의 한계를 짚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로빈 브룩스 선임 연구원 역시 “BOJ는 매달 2조5000억엔 규모의 국채를 매입해 장기 금리를 억누르고, 재무부는 엔화 강세를 위해 시장에 개입하는 모순적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카이치 내각이 추진하는 연간 5조엔 감세 및 확장적 재정정책 또한 엔화 가치에 부담이 되고 있다. 투자은행 UBS는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에 머무는 구조 속에서 일본의 현재 정책 조합이 지속적인 엔화 강세를 이끌어낼 확률은 작다”고 진단했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해외에 투자된 수조 달러 규모의 자금 중 일부가 국내로 되돌아오는 이른바 ‘리파트리에이션’(본국 환류)이 실현된다면, 장기적으로 엔화 향방을 바꿀 가장 강력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즉 일본 정부의 정책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엔캐리 청산같은 구조적 변화가 없이는 엔화 약세를 반전시키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번 개입 과정에서 미국이 달러가 아닌 유로화를 매도해 엔화를 사들인 방식을 두고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장의 예상과 다른 우회적 개입 방식이 오히려 미·일 공조의 진정성에 의문을 자아냈다는 지적이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브룩스 연구원은 “미국이 왜 달러로 직접 엔화를 매입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시장은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미심쩍은 대응은 궁극적으로 엔화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강화하기보다 오히려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규화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