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새 총리 4명 교체…잦은 조직재편 피로감

인력 감축·비용 절감에 직원들은 불안감 고조

직장 내 괴롭힘 의혹까지 불거져…안팎서 조사

“성과 위해 동료 밟는 문화 만연”…관리 도마 위

프랑스 총리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프랑스 총리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프랑스 총리실에서 직원들의 극단적 선택과 시도가 잇따르면서 총리실 내부 조직문화와 근무환경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2년 새 4명의 총리가 교체된 데 따른 반복적인 조직 개편, 비용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 직장 내 괴롭힘 의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조직 전체가 극심한 긴장 상태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현지시간) 프랑스 공영 라디오 프랑스 앵테르 등에 따르면 프랑스 총리실은 최근 몇 달 사이 발생한 직원들의 잇따른 극단적 선택과 시도에 대해 내부 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일부 사건은 검찰 수사로 이어지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지난 3월 총리실 산하 공무원 두 명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한 직원은 상사와 사소한 문제를 두고 격렬하게 언쟁을 벌인 직후였고, 다른 직원은 자신이 근무하던 부서가 인력 감축을 포함한 조직 개편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보다 앞선 지난해 10월에도 또 다른 직원이 사무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올해 4월에는 총리실 서신 담당 부서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기차역 선로에 뛰어들려다 주변 시민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구조됐다.

이 직원의 변호인은 의뢰인이 장기간 조직 내에서 사실상 존재를 부정당하는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회의에서 배제되고 조직도에서도 제외되는 등 ‘투명인간’ 취급을 받았으며, 조롱과 따돌림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해당 직원은 노조와 상급자에게 보호 조치를 요청했지만 실질적인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내부 감사에서도 심각한 직무 스트레스 상황이 확인됐지만, 사실상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그는 지난 6월 직장 내 괴롭힘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고 현재 수사당국이 예비 수사를 진행 중이다.

총리실 내부에서는 최근 수년간 이어진 정치적 불안정이 직원들의 심리적 부담을 크게 키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프랑스는 2024년 6월 하원 해산 이후 약 2년 동안 총리가 네 차례나 교체됐다. 총리가 바뀔 때마다 비서실과 조직 운영 방식이 새롭게 바뀌면서 직원들은 지속적인 변화에 노출됐다는 것이다.

한 직원은 “4~6개월마다 새로운 군대가 들어오는 것 같다”며 “새 비서실장이 부임할 때마다 조직을 다시 만들고 팀이 바뀌며 사무실 구조까지 새 상관의 요구에 맞춰 변경된다”고 토로했다.

정치적 변화와 함께 진행된 비용 절감 정책도 직원들의 피로감을 키웠다는 평가다. 정부는 기관 통폐합과 인력 감축을 추진했고 계약직 비중도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조직의 결속력이 크게 약화됐다는 것이 현장 직원들의 설명이다.

한 직원은 “기관은 계속 합쳐지고 직원 수는 줄어드는 반면 계약직은 늘어나면서 공동체 의식이 크게 약해졌다”고 말했다.

민간기업 출신 관리자들의 조직 운영 방식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한 직원은 “민간 부문 출신 관리자 가운데는 총리실 경력을 쌓는 데만 관심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전문성은 뛰어나지만 공공서비스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기업식 성과 중심 관리만 밀어붙여 조직을 흔들고 떠나는 사례가 반복된다”고 비판했다.

기차역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직원의 변호인 역시 조직 내 과도한 경쟁 문화를 문제 삼았다. 그는 “직원들 사이에서 성공하려면 다른 사람을 밟고 올라서야 한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며 “잔혹한 경쟁이 일상화되면서 공무원들이 조직 안에서 방향감각을 잃어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 사안은 프랑스 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일반적으로 총리실은 내각 행정을 총괄하는 핵심 조직으로 안정성과 공공성이 가장 중시되는 기관이다. 그러나 반복되는 정권 교체와 정치적 불안, 긴축 재정에 따른 조직 효율화가 맞물리면서 공공부문에서도 민간기업 식 성과주의와 경쟁 문화가 심화될 경우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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