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게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게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3일 보유세의 실거주자 혜택을 강화하는 대신 다주택자에 대한 부담은 높이고, 양도소득세는 완화해 매도를 유도하는 내용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실거주 중심으로 세제 혜택을 재편하겠다는 취지 자체는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가 또다시 세금을 집값 안정의 핵심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세금보다 수급이다. 아무리 보유세를 올리고 양도세를 조정해도 공급이 부족하면 집값은 다시 오르기 마련이다. 이미 우리는 이 같은 정책이 시장 왜곡만 키운 사례를 수차례 경험한 바 있다. 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부동산 전문가들까지도 "공급이 받쳐주지 않는 세제 정책은 모두 실패했다"며 우려를 제기하는 이유를 정부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세금이 늘어난다고 매물이 갑자기 급증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보유 비용이 커지면 집주인들은 세 부담을 전세와 월세에 전가할 수 있다. 거래가 위축되면서 매물이 잠기고, 임대차 시장의 불안만 키울 수도 있다. 특히 서울 입주 물량 감소가 예고된 상황에서 공급 부족과 세 부담 증가는 전·월세 가격 상승이라는 이중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부동산 세제는 조세 정책인 동시에 시장 정책이다. 성공하려면 시장 참여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출구 전략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다주택자의 매물을 시장으로 유도하려면 양도소득세 부담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실수요자의 거래를 가로막는 과도한 대출 규제도 손질할 필요가 있다. 공급 확대와 거래 활성화 없이 세금만 올리는 정책으로는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집값을 안정시키는 것은 세율이 아니라 충분한 주택 공급이다.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증세보다 공급, 규제보다 시장의 숨통을 틔우는 정책이 먼저다. 재건축·재개발을 비롯한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고, 거래를 가로막는 불필요한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 그래야 시장에 매물이 돌고 실수요자도 안정적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럼에도 세금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이번에도 실패를 부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는 세금이 아니라 공급으로 승부해야 한다. 집을 더 지으면서 시장의 활력을 되살리는 것이 정책의 우선순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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