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흠 前 국회입법조사처장

민주당의 대표 경선이 거의 여야 권력투쟁 이상으로 거칠게 격화된 양상이다. 두 진영으로 갈라진 최고위원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마치 조직 카르텔의 권력을 다투는 양상 같다. 이런저런 연유로 함께 하고 대의민주주의의 매개체가 되겠다는 정당정치의 모습과는 다르다. 이재명 정부의 집권 여당으로서 민주당의 상황과 한국 정당정치의 근본적 문제가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정체감을 공유하는 정당 내부에서도 때로 결정적인 대립이 있을 수 있다. 정당의 노선이나 진로를 둘러싼 선택의 기로에 있는 경우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의 리더십을 둘러싼 논란이 등장했다. 정청래 대표 후보가 대표 시절 ‘정권은 짧고 국민은 영원하다’라는 도발적 화두를 던지더니, 여권 정치여론을 주도해 온 김어준, 유시민 등이 이 대통령의 리더십이 핵심 지지층의 기대를 벗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유시민은 ‘어물전론’까지 이어가며 대통령 리더십의 필패를 경고했다.

집권 2년 차 정권의 진영 내부에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이 정도로 나온 건 이례적이다. 예전 이명박 정부 시절 한나라당에서도 친이·친박 대결이 집권 기간 내내 이어지긴 했지만, 그때는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부터 구조화된 당내 파벌정치가 배경에 있었다. 반면 민주당은 이른바 ‘이재명의 민주당’이라고 할 정도로 이 대통령의 장악력이 강해 보인 정당이었다. 전체주의적이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이견을 허용하지 않기도 했었다. 그런데 집권 2년 차의 전당대회를 맞으면서 대통령 리더십을 매개로 한 권력투쟁이 전개되고 있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싸고 여권 내부에서 논란이 제기됐지만, 이런 정책적 요소가 실질적인 배경은 아니었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이 말해준다. 지난 7월 31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민주당 국회의원 2명만 제외하고 모두가 찬성했다. 정책 노선보다는 차기 총선 등을 주도할 당권 경쟁과 줄서기가 만들고 있는 갈등으로 보인다. 전당대회의 당권 경쟁을 매개로 파벌이 구조화되고 있는 셈이다.

집권시에 당 대표가 총리가 되는 의원내각제에서보다 더 격화된 당권 경쟁이다. 누가 정당 권력을 장악하느냐에 따라 공천을 비롯한 정치적 진로의 향배가 좌우되는 형해화된 정당 민주주의를 말해준다. 일찍이 미헬스(R. Michels)가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정당도 소수의 권력자에 의해 지배되는 것이 필연적이라며 ‘과두지배의 철칙’을 설파하기도 했지만, 우리의 정당정치에서는 그게 더 심각하게 확인된다. 거대 정당의 독점적 특권을 오히려 보호하고 있는 비민주적인 한국 정당정치의 제도적 요인이 크다.

기호순번제를 비롯한 거대 정당의 대외적 특권은 내부적 비민주성으로 이어진다. 큰 정당에서 공천을 받으면, 그만큼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에 따라 공천이 곧 당선을 보장하기도 한다. 정당 내부의 비민주성은 다시 정당민주주의 실패로 악순환한다. 민심보다는 정당권력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 독점 권력을 누리고 내부적으로는 보스가 좌우하는 카르텔 권력 구조와 다름없다.

민주당 전당대회의 격화된 갈등의 고리에 정파적 유튜브 등이 주도하는 정당정치 언론 환경이 있다. 자극적인 강성 세력의 무대가 되면서 이들이 정당정치를 주도하게 만든다. 민주당뿐 아니라 여야 주요 정당의 정치여론 환경이 그렇다. 지리한 국민의힘의 갈등 상황에서도 보고 있다. 여야 진영정치로 나타났던 유튜브 정치의 문제가 당내 권력 투쟁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하겠다.

권력의 독선을 감시하고 정파적 세력들을 보편적 민심으로 견인하는 언론 기능을 정파적 유튜브가 잠식하고 있다. 민주주의 기반으로서 언론의 위기다. 민심과 유리되더라도 그들만의 권력이 일단은 가능하다. 정파적 유튜브와 강성 세력의 공생은 한국 정당정치의 ‘저질화’와 무관하지 않다.

한때 ‘이재명의 민주당’이라고까지 불렀던 정당의 집권 2년차 갈등이 특이하긴 하다. ‘사법리스크’라는 숨은 코드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후보 시절 이 사법리스크는 민주당의 위기의식이자 단일대오의 구심점이었다. 최근 대통령 리더십과 정당 권력 논란의 배경에 이 사법리스크가 미묘한 지렛대가 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당대회 결과는 당권과 민주당 재편의 향배를 가름하겠지만, 사법리스크 대응 전략에도 변곡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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