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 노후화 등에 다카사키공장 단계적 중단

TI·TSMC·삼성전자 등도 6·8인치 공정 축소

車반도체 공급 축소에 비용↑… LTA 등 대응

일본 르네사스 홈페이지.
일본 르네사스 홈페이지.

글로벌 반도체가 인공지능(AI)용 고부가 시장에 쏠리면서 완성차 업계가 유탄을 맞았다. 차량용 반도체 세계 톱5에 속한 르네사스가 저사양 주문형 시스템반도체를 만드는 6·8인치(웨이퍼 크기) 공정 양산을 종료하기로 하면서다.

해당 공정에서는 창문·시트 제어 등과 같은 특정 기능을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을 주로 만들고, 르네사스는 해당 분야에서 세계 1위 업체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에도 AI 적용이 확대되면서 르네사스 역시 저사양 MCU보단 자율주행이나 인포테인먼트와 같은 고사양 MCU를 중심으로 생산라인을 확장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저사양 MCU의 공급부족이 심화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메모리에 MCU 가격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업계에서는 해당 시장 역시 반도체 자립에 공을 들이고 있는 중국이 가져가지 않을까 우려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르네사스는 지난달 31일 일본 군마현 다카사키 공장 생산을 단계적으로 중단, 2~3년에 걸쳐 최종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이 공장은 6인치 웨이퍼 라인을 가동한다.

르네사스는 "반도체 산업은 공급망 전반에 걸쳐, 특히 6인치 웨이퍼 생산 라인에서 생산 자재·제조 설비 유지 보수 부담 등 구조적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며 "6인치 웨이퍼 생산 라인을 운영하는 다카사키 공장에서는 노후화된 제조 설비로 특정 제품의 지속적인 생산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르네사스는 일단 수요 대응을 위해 필요한 재고를 확보하고, 추후 데이터센터·자동차 애플리케이션용 고사양 아날로그 IC와 전력 반도체 개발에 집중하기로 했다.

다른 반도체 기업들도 6인치 혹은 8인치 웨이퍼 라인을 잇달아 축소하는 동시에 12인치 라인 확장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해 글로벌 8인치 캐파(생산능력)가 전년 대비 0.3% 감소해 역성장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추정했다.

한 예로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는 지난해 미 댈러스와 셔먼에 있는 6인치 반도체 생산 시설을 중단하고, 12인치 웨이퍼 공정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는 지난해 6인치 공정 폐쇄를 결정했으며,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기흥사업장의 8인치 생산을 감축해 오고 있다. 이처럼 반도체 업체들이 6·8인치 공정을 축소하는 것은 수익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투자다. 12인치 웨이퍼는 6인치 대비 3~4배, 8인치 대비 2배 이상의 다이(칩)를 생산할 수 있다.

여기에 6·8인치 생산 라인은 대부분 노후화 돼 유지 보수도 여의치 않다는 점도 12인치로의 전환 배경으로 꼽힌다. 르네사스 다카하시 공장만 해도 가동한 지가 50년이 넘었다.

이처럼 AI칩으로 생산 라인이 전환하면서 기존 6·8인치 생산 제품의 공급 부족이 심해졌고, 이는 관련 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 반도체 수요가 높은 자동차 업종의 부담이 커졌다는 의미다.

이들 라인에서는 주로 구형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을 비롯해 창문·시트 제어 등에 사용되는 칩이 생산되는 데 고성능보다 신뢰성·내구성이 우선시 된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올 2분기 실적발표에서 반도체 원가 압박 해소를 위해 공급사와의 장기계약(LTA) 확대, 완성차와의 원가 분담 등을 추진한다는 전략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코로나19 당시 겪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재발을 막기 위해 작년 9월 반도체 업계와 전방위적인 공급망 이니셔티브(오토세미콘코리아·ASK)를 맺었다.

하지만 AI칩뿐 아니라 범용 메모리 가격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자동차 업계도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으로 전환하면서 칩 수요가 늘어나 원가 압박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8인치 캐파 수급이 타이트해질 것으로 전망돼 일부 파운드리 업체들은 고객사들에게 5%에서 최대 20% 수준의 가격 인상 계획을 통보했다"며 "특정 범용 공정 노드나 플랫폼에만 가격 조정이 국한됐던 작년과 달리, 이번 가격 인상은 전체 고객사와 공정 플랫폼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우진 기자 jwj17@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장우진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