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LP 관리 부실 시 신상품 제한’ 예고 후 첫 사례
운용업계 “헤지 불가능한 시장 급변… 예외 기준 필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급등한 지난달 31일 단일종목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의 괴리율이 최대 9%대까지 벌어졌다. 금융당국이 유동성공급자(LP) 관리 부실로 과도한 괴리율이 발생하면 해당 운용사의 신상품 출시를 제한할 수 있다고 경고한 이후 나타난 첫 사례다.
다만 당시 단일종목뿐 아니라 시장 전반의 인버스 ETF에서 괴리율이 무더기로 확대된 만큼, 이례적인 시장 급변과 운용사의 관리 부실을 구분할 세부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 ‘SOL SK하이닉스선물단일종목인버스2X’의 시장가격은 실시간 추정 순자산가치(iNAV)보다 9.56% 낮게 형성됐다. 같은 날 ‘PLUS 삼성전자선물단일종목인버스2X’의 괴리율도 마이너스(-) 7.23%를 기록했다.
단일종목 인버스 ETF 가운데서는 신한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 상품에서 각각 괴리율이 발생한 것이다. 두 상품은 각각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선물 가격의 일간 수익률을 반대 방향으로 두 배 추종한다.
괴리율 확대는 단일종목 상품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TIGER 200선물인버스2X’는 -8.38%를 기록했고 ‘TIGER 인버스’도 -6.06%의 괴리율을 나타냈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와 ‘KODEX 인버스’의 괴리율도 각각 -5.38%, -3.96%까지 벌어졌다.
신한자산운용 측은 당시 기초자산이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으면서 LP가 정상적으로 헤지하거나 호가를 제출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신한자산운용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대부분의 인버스 ETF에서 괴리율이 확대됐다”며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인버스 ETF는 시장이 급변할 경우 괴리율 확대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초자산이 상한가에 진입해 매도 호가가 사라지면서 LP가 활용할 수 있는 헤지 수단이 사실상 없어졌다”며 “헤지가 불가능해지니 LP의 정상적인 호가 제출에도 제약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ETF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 간 괴리를 줄이려면 LP가 매수·매도 호가를 지속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기초자산이나 관련 선물이 가격제한폭에 도달해 거래가 한쪽으로 쏠리면 LP가 ETF 거래에 대응할 반대 포지션을 구축하기 어려워진다. 적정 가격을 산정하거나 헤지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면서 호가 공급이 위축되고 괴리율이 확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화자산운용 역시 삼성전자 선물이 상한가에 도달한 상황에서는 운용사나 LP가 취할 수 있는 대응 수단이 제한적이었다고 주장했다.
현물과 선물의 가격제한폭 및 종가 산정 구조가 다른 점도 괴리율을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물 주가가 장 마감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관련 선물가격이 이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면서 ETF의 시장가격과 iNAV 간 간극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 같은 괴리는 이후 현물과 선물가격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다시 축소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괴리율 관리 강화를 요구하는 당국의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운용사의 관리 부실과 불가항력적인 시장 상황을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앞서 금융당국은 운용사의 LP 관리가 미흡해 과도한 괴리율이 반복될 경우 신규 ETF 출시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느 수준의 괴리율을 몇 차례 기록하면 제재할지, 기초자산이 가격제한폭에 도달한 경우를 예외로 인정할지 등 구체적인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괴리율을 충실히 관리해야 한다는 정책 취지는 당연히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제재 방식이나 세부 기준이 나오지 않은 만큼 기초자산의 상한가처럼 누구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반영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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