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엔화매입 이어 잇따라 엔화 저평가 시정 지지

미·일 동맹 관계 강조하지만 속은 美국채 지키기

日, 美국채 보유한 채 달러 조달… 충격 최소화

엔화와 동조 원화도 약세 저지 효과 나타날 전망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일본 정부가 역사적인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28년 만에 외환시장 공동개입에 나섰다.

더욱 이례적인 점은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이 “일본과 좋은 관계이기 때문에 개입했다”고 직접 밝히고,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추가 공동개입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공공연히 개입을 밝혔다는 점이다. 통상 주요국은 외환시장 개입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는 것이 관행이지만, 이번에는 양국 모두 사실상 개입 사실을 공식화하며 시장에 강력한 정책 신호를 보냈다.

베선트 장관은 2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우리는 엔화의 상당한 저평가를 시정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단호한 시장 및 통화정책 조치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며 “지난달 양국의 공조 개입은 무질서한 엔화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필요하다면 추가 공동개입에도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기자들과 만나 “일본은 엔화가 너무 약했고 약간의 도움이 필요했다”며 “우리는 언제나 일본을 위해 존재한다”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이 특정국 통화 방어를 위한 개입 사실을 사실상 인정한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일본도 즉각 화답했다.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은 3일 담화를 통해 미국과 공동으로 엔화 매수 개입을 실시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그는 “최근의 과도하고 무질서한 엔화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며 “미국과 긴밀한 공조 아래 앞으로도 필요하면 추가 개입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엔화를 매입하는 동안 미국 재무부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을 통해 유로를 매도하고 엔화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달러 확보를 위해 미국 국채를 대거 매각하는 대신,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환매조건부(Repo) 제도를 활용해 미국 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조달하기로 했다. 이는 미국 국채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면서도 외환시장 개입 여력을 확보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개입은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64엔에 육박하며 약 40년 만의 엔화 최저 수준을 기록한 직후 단행됐다. 개입 직후 엔화는 단기간 급반등했지만 이후 일부 상승폭을 반납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양국이 추가 행동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투기적 엔화 매도 심리가 상당 부분 위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공조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미국과 일본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의 엔화 급락이 일본 내 수입물가 상승과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키고 금융시장 불안을 키우는 만큼, 미국 역시 이를 방치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일본 경제가 흔들리면 미국의 최대 동맹국이자 세계 최대 미국 국채 보유국 가운데 하나인 일본의 금융 안정성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이 3일 도쿄에서 기자들에게 일본과 미국 정부의 외환시장 공동 개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이 3일 도쿄에서 기자들에게 일본과 미국 정부의 외환시장 공동 개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도 이번 공동개입을 단순한 외환시장 개입이 아니라 “동맹국 간 정책 공조”라는 상징성이 훨씬 크다고 평가했다. 일본 단독 개입은 금리 차이라는 구조적 요인을 뒤집기 어려워 효과가 제한적이지만, 미국이 직접 참여하면 시장에 “달러 강세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학계에서도 1997~1998년 일본 단독 개입보다 미국과 공동으로 실시한 1998년 공동개입이 훨씬 지속적인 환율 안정 효과를 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외환시장 개입만으로 엔화 강세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기준금리 격차(미국 3.50~3.75%, 일본 1%)가 여전히 크고 달러 강세를 지지하는 거시경제 여건이 유지된다면 개입 효과는 점차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 인상과 미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가 병행돼야 엔화 반등이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국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 원화 역시 달러 대비 동반 강세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아시아 통화를 하나의 자산군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원화가 강세를 보일 경우 수입물가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자동차·철강·전자 등 일본과 경쟁하는 한국 수출기업들은 그동안 엔저 덕분에 불리했던 가격 경쟁력이 회복될 수 있다. 반대로 원화까지 지나치게 강세를 보이면 불리하게 작용한다.

그러나 시장은 이번 미·일 공조가 엔화를 방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아시아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고 역내 금융안정을 도모하려는 성격이 강한 만큼, 그동안 지나치게 약세였던 원화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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