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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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균 편집국장

이재명 대통령이 7박 11일간의 해외 순방을 마치고 3일 귀국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남미의 브라질·칠레·아르헨티나를 거쳐 유럽의 독일 프랑크푸르트까지 찍었다. 지구 반바퀴를 도는 숨가쁜 대장정이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가장 긴 해외순방 일정을 소화했다.

화려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0)·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 미국 인공지능(AI) 거물들과의 회동부터, 같은 소년공 출신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등과의 조우까지, 장면 하나 하나가 대통령 기록관에 남을 ‘명작’이었다.

성과도 매우 컸다. 빅테크 리더들과 ‘9500억달러 AI 동맹’의 밑그림을 그렸다. ‘AI 3강’을 향한 자신감과 동력을 확 키웠다. 남미 국가들과의 협력 범위도 넓혀 ‘핵심광물 동맹’, ‘에너지 동맹’ 등을 맺었다. 보호주의 파고와 지정학적 리스크를 돌파할 글로벌사우스 공급망도 구축했다.

여론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이제 임기 2년차인 이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외치’(外治)에 적극적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빼고는 주요 20개국(G20) 정상과의 양자회담을 모두 마무리했다. 최근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속에서도 외교 활동에 대한 평가는 높다. 외치는 성공적이다.

하지만 내치(內治)는 어떤가. 시험대에 올랐다. 녹록지 않다. 국내 경제 현장 곳곳이 지뢰밭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올라 탄 수출은 매달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하지만 집값 등 부동산 문제부터 물가, K-양극화까지 난제가 쌓여있다. 집값 폭등세는 한풀 꺾였지만, 전월세 대란이 깊어지고 있다. 서민의 먹거리 걱정은 깊어만 간다. 반도체 착시에 가린 중소기업·자영업자의 한숨은 이제 곡소리로 변했다. 대책이 홍수처럼 쏟아지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발등의 불은 주식시장이다. 9000포인트를 넘어 1만포인트를 꿈꾸던 코스피는 6500선까지 수직 낙하했다. 코스닥은 대통령 취임 이전 지수로 되돌아갔다. 외국인의 투매에 ‘사자’로 맞서며 국장(국내 주식시장)을 지킨 개미(개인 투자자)도 동력을 잃고 있다. 연이은 손실에 물타기용 실탄조차 말라간다. 급등락 장세에 우울증·불면·공황 증세를 보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얘기다. 주식이란 용어 뒤에 어느새 ‘투자’ 대신 ‘투기’란 단어가 붙였다. ‘카지노판’이란 외신의 비아냥도 낯설지 않다. 시장 참여자들이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

더 무서운 것은 정책에 대한 신뢰 가 붕괴되고 있다는 점이다. ‘9000피’ 의 견인차는 ‘정부 말을 따랐더니 오르더라’는 개미의 믿음이었다. 일부 정책 리더들의 ‘과욕’과 ‘섣부름’이 탄생시킨 괴물은 이같은 믿음을 단숨에, 그리고 송두리째 흔들었다.

그 중심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있다. 오를 때는 ‘2배’로 벌지만, 떨어질 때는 2배 이상 날리는 고위험 상품이다. 정부는 시장 참여자들의 우려에도 불과 한달 반만에 이 상품을 뚝딱 시장에 내놓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폭락에 정부를 믿고 투자한 개미만 말그대로 ‘탈탈’ 털렸다.

뒷수습 과정에서 드러난 정책 리더들의 태도는 실망감을 넘어 분노를 키웠다. ‘급변동성이 레버리지 ETF 때문만은 아니다’, ‘드러 누워서라도 말릴 걸 그랬다’는 유체이탈식 화법은 면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한 시장 전문가는 익명을 전제로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한 격”이라고 했다. 정부는 레버리지 ETF의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긴급처방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글쎄’다. ‘ETF의 아버지’라는 투자 전문가까지 공개적으로 상품 퇴출을 거론하고 있다.

한국 증시에서 9000피는 이제 꿈이 아니다. 이미 밟아 본 적이 있는 현실이다. 그리고 되찾아야 하는 목표다. 그 출발점은 신뢰 회복이고 첫 단추는 인적 쇄신이다. 현 정책 리더들은 이미 제 역할을 충분히 했다. 어쨋든 꿈만 같았던 9000피 시대를 연 공신이다. 현재의 허물이 그 공을 뒤엎지는 않는다고 본다. 역사가 증명한 새 출발의 지름길은 내 수족을 자르는 일, 즉 ‘읍참마속’(泣斬馬謖)이다. 이제 그 결단이 필요한 때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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