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팩트한 차체로 골목·주차장도 부담 없어
버튼 대신 디스플레이로 깔끔한 공간 구현
힘도 충분…도심 생활 맞춤형 전기 SUV
자동차가 크다고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다. 넓은 실내와 넉넉한 적재공간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출·퇴근길 정체와 비좁은 골목, 여유 없는 동네 주차 공간을 마주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매일 이용하는 자동차라면 거대한 차체가 주는 존재감보다 운전이 부담스럽지 않은 크기가 더 중요할 수 있다.
볼보자동차의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X30은 이처럼 일상에서 다루기 편한 자동차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차체는 작고 실내는 과감하게 비웠으며, 주행 성능은 부족하지 않다.
무엇 하나 지나치게 앞세우기보다 도심 생활에 필요한 요소를 적당한 수준으로 고르게 갖췄다는 점이 EX30의 가장 큰 매력이다.
최근 3박 4일 동안 EX30을 시승했다. EX30에 올라 도심을 달리자 가장 먼저 체감되는 장점은 역시 콤팩트한 크기였다. 운전석에 앉아 차체의 네 모서리를 가늠하기 어렵지 않았고, 좁은 골목길에서도 반대편 차량을 크게 의식할 필요 없이 움직일 수 있었다.
길가에 차량이 늘어선 골목을 지나거나 지하주차장의 좁은 통로를 돌 때도 부담이 적었다. 차체가 큰 SUV를 운전할 때처럼 회전 구간마다 속도를 크게 줄이거나 주변을 거듭 확인하지 않아도 됐다. 주차면에 차를 넣고 빼는 과정 역시 수월했다. 최근 SUV 시장에서는 차체를 키우고 실내 공간을 확대하는 것이 일종의 공식처럼 자리 잡았다. 하지만 EX30은 반대 방향을 택했다.
불필요하게 몸집을 부풀리기보다 운전자가 매일 마주하는 골목과 주차장에 잘 맞는 크기를 지향한다. 출퇴근과 장보기, 자녀 등하원처럼 일상적인 용도로 차를 사용하는 소비자에게는 이런 장점이 넉넉한 실내나 강력한 출력보다 더 직접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차체가 작다고 힘까지 부족한 것은 아니다. EX30은 최고출력 272마력을 내는 전기차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3초다.
실제 주행에서도 과하게 속도를 끌어올리기보다 운전자가 필요로 하는 순간 힘을 꺼내 쓰는 듯 했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전기모터 특유의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났지만, 탑승자의 몸을 갑자기 뒤로 밀어낼 정도로 신경질적이지는 않았다. 그러면서도 도심에서 차량 흐름에 합류하거나 앞차를 추월하는 데 필요한 힘은 충분했다. 차가 작다는 이유로 출력에 대한 아쉬움을 느낄 장면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작은 차체와 전기모터의 빠른 반응이 맞물려 시내에서 경쾌하게 움직였다. 차체가 작아 도로 위에서 가볍게 튀거나 불안할 것이란 우려도 있었는데, 실제 주행에서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노면의 자잘한 충격을 완전히 지워버리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일상적인 도로를 달리는 동안 탑승자를 피곤하게 만들 정도는 아니었다.
원페달 드라이브는 운전 습관과 동승자의 취향에 따라 평가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회생제동 강도를 강하게 설정하면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즉시 속도가 빠르게 줄었다.
운전자는 브레이크 페달을 자주 밟지 않아도 돼 편리했지만, 감속 타이밍에 익숙하지 않은 동승자는 다소 어지러움을 호소했다. 운전자의 편의 못지않게 동승자의 승차감도 중요하다면 상황에 따라 회생제동 수준을 조절하는 편이 적절해 보였다.
실내에 들어서면 EX30의 또 다른 특징인 미니멀리즘이 드러난다. 시동 버튼은 찾을 필요가 없었다. 차량 키를 소지하고 운전석에 앉은 뒤 기어를 넣으면 별도의 시동 절차 없이 출발할 수 있다. 목적지에 도착한 후에도 주차하고 차에서 내리면 된다. 운전대 뒤에는 일반적인 계기판도 없다. 속도와 배터리 잔량, 주행 가능 거리 등 운전에 필요한 정보는 대시보드 중앙의 12.3인치 디스플레이에 표시된다. 물리 버튼 역시 최소화했고, 공조장치와 주행 관련 설정을 포함한 대부분의 기능을 센터 디스플레이 안에 모았다.
처음에는 계기판이 없는 운전석이 다소 허전하게 느껴졌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없기에 속도를 확인하기 위해 시선을 중앙으로 옮겨야 한다는 점에도 적응이 필요했다. 하지만 센터 디스플레이의 크기가 충분히 크고 화면 구성도 비교적 직관적이어서 사용 자체가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모든 것을 화면 안에 넣은 설계가 무조건 편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주행 중 온도나 차량 설정을 바꾸려면 물리 버튼을 누르는 것보다 시선을 오래 빼앗길 수 있다. 미니멀한 디자인에서 얻은 시각적 만족감과 조작 편의성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교환 관계가 존재했다.
그럼에도 EX30의 실내는 단순히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비워낸 공간처럼 보이지 않았다. 여러 버튼과 장식을 더해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보다 꼭 필요한 기능만 남기는 스칸디나비아식 디자인 방향이 분명했다.
화려함 대신 정돈된 분위기를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구성이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다. 뒷좌석은 차체 크기에서 예상할 수 있듯 넉넉하지는 않았다. 성인이 앉으면 무릎 앞 공간에 여유가 많지 않고, 장거리 이동에서는 중·대형 SUV와의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렇다고 뒷좌석을 사실상 사용하기 어려운 수준은 아니었다. 성인이 탑승해 시내를 이동하거나 가까운 거리를 오가는 데 큰 무리는 없었다.
결국 공간에 대한 평가는 EX30을 어떤 목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대가족이 장거리 여행이나 넉넉한 2열 거주성을 우선한다면 더 큰 차가 어울린다. 반면 혼자 또는 두 사람이 주로 이용하면서 필요할 때 뒷좌석에 동승자를 태우는 용도라면 부족함을 크게 느끼지 않을 수 있다. 총평을 하자면 EX30은 무작정 키우고 늘리는 대신 운전자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다시 묻는 차였다. 운전하기 쉬운 크기, 부족하지 않은 동력 성능, 불편함 없는 승차감, 간결한 실내를 한데 묶었다. 어느 한 부분이 압도적으로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일상에서 크게 모자란 부분도 찾기 어렵다.
현재 국내 판매 가격은 코어 트림 3991만원, 울트라 트림 4479만원이다. 볼보코리아는 올해 가격을 기존보다 각각 761만원·700만원 낮췄다. 전기차 보조금까지 적용하면 지역에 따라 실구매 부담은 더 낮아질 수 있다.
임주희 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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