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들 동반 승진으로 역할 분담 완성

김동선(왼쪽부터) 한화비전 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부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 연합뉴스
김동선(왼쪽부터) 한화비전 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부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 연합뉴스

한화그룹이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을 모두 승진시키면서 그룹의 미래를 이끌 ‘삼각축’이 한층 선명해졌다. 장남 김동관 수석부회장이 방산과 조선, 우주항공, 에너지 등 그룹의 핵심 제조업을 맡고, 차남 김동원 부회장이 금융을, 삼남 김동선 사장이 유통과 첨단산업을 책임지는 구조다. 단일 후계자에게 그룹을 몰아주는 대신 사업별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3세 경영 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지난 30일 주요 경영진 승진 인사를 발표했다. 김동관 부회장은 수석부회장으로,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부회장으로, 김동선 한화비전 부사장은 사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세 형제의 역할은 이미 수년 전부터 자연스럽게 나뉘기 시작했다.

장남 김 수석부회장은 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방산과 해양, 우주항공, 에너지 사업을 이끌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글로벌 방산 사업을 확대했고, 한화오션을 축으로 조선 사업을 키우는 한편 우주항공과 친환경 에너지까지 사업 외연을 넓혔다. 최근 글로벌 방산 수주가 이어지면서 한화의 실적을 견인하는 핵심 축도 김 수석부회장이 맡은 사업군이다.

차남 김 부회장은 금융을 책임진다. 한화생명을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사업 확대를 추진하며 금융 계열사의 체질 개선을 이끌어 왔다. 보험 중심이던 사업 구조를 자산운용과 해외 사업으로 넓히는 데도 공을 들였다.

삼남 김 사장의 변화는 가장 눈에 띈다. 한때 갤러리아와 호텔, 외식 등 소비재 사업을 맡았던 김 사장은 최근 반도체 장비와 로봇 등 첨단 제조업으로 활동 반경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한화세미텍을 앞세워 반도체 장비 사업을 키우고 있고, 로봇을 비롯한 미래 산업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유통 담당’이라는 기존 이미지를 벗고 미래 신사업을 이끄는 경영인으로 변신하고 있다는 평가다.

재계에서는 이번 승진을 통해 김승연 회장이 그려온 사업 분담 구도가 사실상 완성됐다고 보고 있다. 세 형제가 같은 사업을 놓고 경쟁하기보다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성장 전략을 책임지고, 그룹 차원의 대형 투자와 사업 재편은 함께 추진하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이번 인사에서도 이런 방향은 그대로 드러났다.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한화임팩트, 한화자산운용, 한화세미텍 등 핵심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새로 내정했다. 세 형제가 사업 전략을 이끌고 전문경영인이 현장 실행을 맡는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임주희 기자(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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