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20년 보금자리를 지켜 온 실거주 1주택자들도 '세금 벼락'을 맞게 됐다.

가만 있어도 오른 집값 때문에 불어난 보유세에 더해 정부가 세율 인상과 종합부동산세 강화 등의 조처까지 내놓을 것으로 보여, 투기와 무관한 1주택 장기 실거주자들까지 세금 때문에 집을 팔고 떠나야 하는 '세(稅)트리피케이션' 부작용을 낳을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서울 집합건물(아파트·연립·다세대·오피스텔) 매도자 중 보유 기간이 20년 초과인 매도자 수가 7474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4739명) 대비 57.7% 급증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향후 보유세 부담이 늘어날 것을 우려한 집주인들이 발 빠르게 처분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올해 물건을 내놓는 집주인 가운데 실거주로 오래 거주한 고령자들이 꽤 있다"며 "이래저래 세금 부담이 높아진다니까 처분하려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정부는 다음달 초 발표할 세제개편안에 초고가 주택의 보유세 실효세율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아직 초고가 주택의 기준이 나오진 않았으나 시장에선 공시가격 30억원 수준에 책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집값이 빠르게 치솟은 탓에, 별다른 제도 손질 없이도 집주인들이 부담해야 할 종합부동산세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우병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의 1주택자는 고령자·장기보유 등 종부세 공제 혜택을 고려하지 않은 올해 예상 보유세액이 1810만원이다. 지난해(1274만원) 대비 40% 이상 증가한 데다, 역대 최고 수준이었던 2021년(1653만원)치를 뛰어넘은 금액이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120㎡의 경우 올해 예상 보유세가 1471만원으로 전년(1070만원) 대비 37%가량 늘었다. 해당 주택에 고령자 및 장기보유 최대 공제를 반영할 경우, 예상 보유세는 967만원으로, 전년(727만원) 대비 33%가량 증가한다.

전문가들은 세금 부과 기준을 건드리지 않아도 집값 급등에 따라 세금이 30%씩 늘어나는 상황에서 조세 부담을 키울 경우 장기간 1주택으로 실거주했던 집주인들이 타 지역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공시가격 자체 상승만으로도 세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인데, 여기서 초고가 주택을 대상으로 별도의 세 부담을 늘린다면 과거에 해당 주택을 산 실수요자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짚었다.

주요 아파트들의 공시가격 변화를 보면, 은마아파트의 경우 전용 84㎡의 공시가격이 2006년 6억5600만원 수준이었는데, 올해 공시가격은 26억8100만원에 달한다. 잠실주공 5단지의 공시가격 또한 2006년 8억6400만원에서 올해 30억300만원으로 나타났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주택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재산세 등을 부과한다"며 "해당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실수요자 보호에는 더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다솜 기자 cotto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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