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ASML 수준 3~4년… 상용화 추가 검증해야"
대만 "특허 침해 여지"… ASML 소송 가능성도 제기
첨단 EUV 개발은 '넘사벽'… "中 단독 구현 못 해"
美 추가 수출 규제 가능성도 기술 자립 변수로 부상
중국이 자체 개발했다고 밝힌 심자외선(DUV) 노광장비에 대한 기술적 한계와 특허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업계는 세계 1위 노광장비 업체인 ASML과의 기술 격차가 여전히 상당한 데다 특허 분쟁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실제 경쟁력을 확보하기까지는 수 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29일 싱가포르 중국계 일간지 연합조보에 따르면 중국 국영기업이 생산에 들어간 액침식 DUV 노광장비는 아직 추가적인 성능 검증과 품질 개선이 필요한 단계로, 현재로서는 ASML의 기존 제품과 비교해 상업적 위협이 될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푸팡젠 싱가포르경영대학 부교수는 연합조보와의 인터뷰에서 "새 장비는 다양한 테스트를 거쳐야 하고 품질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ASML의 DUV 장비와 비슷한 수준에 도달하려면 최소 3~4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DUV 노광장비는 반도체 웨이퍼에 미세 회로를 새기는 핵심 설비다. 미국의 수출 통제로 중국은 ASML의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액침식 DUV는 현재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활용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상용 노광장비로 평가된다. 이 장비는 미국의 대중 규제 품목이 아니다.
생산 개시가 곧바로 경쟁력 확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업체가 의미 있는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수율과 정밀도, 처리량, 신뢰성 등 핵심 성능을 충분히 입증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반도체 자립 전략도 당분간은 미국산 고성능 반도체와 병행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싱가포르 어드밴티지 리서치 컨설팅 설립자는 "향후 2~3년의 전환기 동안에는 미국산 칩을 적극 활용해 AI 모델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충분한 연산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국산 칩 사용을 무리하게 의무화하면 기술 추격 속도가 오히려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만에서는 중국의 DUV 장비 생산 자체는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하면서도 향후 특허 분쟁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만 중시신문망은 현지 반도체 업계 원로의 분석을 인용해 이번 장비가 TSMC와 ASML이 구축한 광범위한 특허망을 침해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ASML이 생산 업체를 상대로 특허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더 큰 과제는 EUV 기술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EUV 노광장비는 DUV보다 훨씬 짧은 파장을 활용하는 데다 광원과 광학계, 핵심 부품 기술의 난도가 크게 높아 개발 자체가 차원이 다른 과제라고 설명한다.
특히 현재 ASML의 EUV 장비는 영국·독일·오스트리아 등 유럽 각국 기업들이 핵심 부품을 공동 개발해 완성한 만큼 중국이 독자적으로 동일한 수준을 구현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의 추가 규제 여부도 향후 중국의 기술 자립 속도를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훙춘후이 대만 정보산업연구소(MIC) 산업정보연구소장은 "이번 DUV 생산 소식이 미국의 추가 대응을 촉발할 경우 네덜란드와 일본까지 참여하는 새로운 수출 규제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DUV 장비에는 여전히 중국이 자체 생산하지 못하는 핵심 부품들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상하이의 한 국유기업이 자체 개발한 액침식 DUV 노광장비 생산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업은 올해 약 5대, 내년에는 20대가량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연내 중신궈지(SMIC), 화훙반도체, 창신메모리(CXMT) 등 중국 주요 반도체 업체에 장비를 공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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