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 문화평론가

요즘 한국 영화계가 뜨거운 논란에 휩싸였다. 바로 영화 ‘호프’에 대한 찬반 논쟁이다. 정확히는 반대 측에서 논란을 키웠다. 호평하는 측에선 ‘나는 재밌게 봤다’는 정도의 말만 하는데 반해 악평하는 측에선 격하게 분노를 표출하며 심지어 호평하는 사람들을 온라인 공격하기까지 했다. 얼마나 그 공격이 거셌던지 호평했던 영화평론가가, 자신은 ‘호프’를 만든 나홍진 감독과 사적인 연줄이 없으며 제작사로부터 이권을 받으려고 한 것도 아니라는 해명글까지 올려야 했다. 이 작품에 대해 호평하는 순간 연줄로 연결된 영화계 카르텔이나 ‘제작사로부터 돈 받은 사람’으로 찍히기 때문이다.

호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간단하다. 재밌다는 것이다. 가장 최근엔 방탄소년단 정국의 감상평이 화제가 됐다. 그는 SNS에 ‘호프 재밌다’라고 올렸고, 팬들과의 라이브에서도 “너무 재밌었어요. 저는 아주 재밌게 봤습니다”라고 썼다. 다른 영화계 인사들의 이야기도 비슷하다. 예를 들어 봉준호 감독은 “정말 놀라운 쾌감과 폭주의 롤러코스터”, “압도적인 서스펜스와 박진감”, “패기와 광기가 폭발하는 시네마의 진풍경”이라고 말했다.

나홍진 감독은 “와이드 화면과 사운드, 비주얼을 통해 관객이 극을 더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경험”을 통해 “관객들이 극장에서 느낄 수 있는 쾌감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했다. 실제로 딱 그런 영화를 만들었다. 시청각적 몰입도와 쾌감이 상당하다. 한국 영화의 새 장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긴 상영시간이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늘어지는 구간도 거의 없다. 거침없는 액션 사이사이에 들어가는 대화나 유머, 먹방 장면들로 완급 조절도 적절히 이루어졌다.

반면에 강력히 반발하는 이들은 이야기의 완성도를 중시한다. 이 작품이 액션 쾌감이 폭주하는 롤러코스터로 2시간 30분이 넘게 진행되는 동안 이야기는 매우 빈약하다. 거기다가 막판에 설정이 뒤집히는데 그 후 아무런 설명 없이 갑자기 끝나버린다. 이래서 ‘영화에선 이야기가 가장 중요하고, 한 작품 안에서 이야기가 완결되어야 한다’라는 믿음을 가진 이들이 반발하는 것이다.

그밖에 개연성 문제나 컴퓨터그래픽 품질 문제 등도 겹쳤다. 괴물 속도 등의 개연성 문제는 앞으로 후반작업을 추가해 수정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해도 이게 그렇게 결정적인 비난 포인트는 되지 않을 것이다. 컴퓨터그래픽 문제는 우리 영화나 드라마에서 항상 제기되는 이슈인데, 이건 우리 관객의 눈높이가 너무 높은 점도 문제다. 제작비 규모가 훨씬 크고 세계 최고의 시각효과 기술을 축적한 헐리우드 대작하고 우리 작품을 나란히 비교하기 때문이다.

헐리우드 대작과 한국 영화가 같은 관람료를 받는 건 덤핑 같은 불공정 경쟁이다. 이런 상황에서 분투하는 한국 영화를 응원해주진 못할망정 헐리우드 작품 수준의 잣대를 적용해 공격하는 건 부당하다. 유치산업은 보호와 지원을 통해서 경쟁력을 키워간다. 한국의 경제 발전이 바로 그런 육성의 역사였다. 요즘 ‘국뽕’의 대명사인 방위산업만 해도, 70년대에 우리 군은 미제 무기와 국산 무기를 나란히 비교하며 미제 무기를 선호했다. 하지만 박정희 대통령이 방위산업 발진을 선언하고 국산 무기를 쓰도록 했다. 자동차 부품도 일제가 더 뛰어났지만 국가에서 국산을 쓰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경쟁력이 길러진 것이다.

그러니까 한국 영화가 헐리우드보다 못하다고 비웃으면서 흥행이 실패하도록 만들 것이 아니라, 한국 영화의 가능성을 키워줘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 영화의 가능성을 좋게 보고 밀어주려는 이를 공격하면서 조롱까지 하는 형편이다. 조롱과 냉정한 평가가 아닌 지원이 한국 영화 성장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이야기를 중시하는 건 있을 수 있는 관점이다. 문제는 그것만 절대시한다는 점이다. 영화는 시청각적 경험의 총체인데 거기에서 이야기만 절대시하면 문학과 다를 바가 없어진다. 그런데도 이야기만을 절대적 기준으로 적용해 영화를 조롱하는 문화가 있어왔다. 그것이 이번 ‘호프’ 때 재밌게 봤다는 의견을 공격하는 양상으로까지 나타난 것이다.

그 결과 ‘호프’ 호평자에 대한 비난 사태가 TV 뉴스에서 다를 정도로까지 커지고 말았다. 서로의 관점과 느낌을 존중한다면 비난할 이유가 없다. 시청각적 쾌감을 중시하든, 이야기의 완성도를 중시하든 각자의 마음이다. 한국 사회의 관용과 다양성은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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