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위믹스’(WEMIX) 생태계가 또다시 해킹 공격을 받아 77억원 규모의 스테이블코인이 무단 발행·유출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게임업체인 위메이드의 자회사 위믹스 재단은 27일 홈페이지를 통해 “522만5525 위믹스달러(WEMIX$)가 비정상 발행돼 위믹스 및 USDC.e로 전환, 브릿지를 통해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핵심 계약의 관리자 권한 자체가 통째로 털리면서, 미 달러화 가치가 1 대 1로 연동된다던 ‘위믹스달러’의 신뢰가 하루아침에 땅에 떨어진 것이다. 유통량 조작 논란으로 시장을 흔들었던 위믹스가 허술한 보안으로 투자자들을 또 ‘우롱’한 셈이다. 앞서 위믹스는 지난해 3월에도 90억원 규모의 대규모 해킹 피해를 당한 바 있다.
이번 사태는 비단 가상자산 업체 한 곳의 보안 불감증 문제를 넘어, 민간 기업이 무분별하게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의 구조적 결함과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달러나 원화 같은 법정화폐 또는 실물자산의 가치에 고정되는 스테이블코인은 가치가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거래되는 가상자산이다. 하지만 민간 발행사들이 내세우는 안전장치라는 것이 얼마나 취약한지가 이번에 증명됐다. 발행 구조를 제어하는 핵심 권한이 해킹당하자 시스템은 아무런 제어 장치 없이 유령 코인을 찍어내는 범죄 도구로 전락했다. 블록체인이라는 혁신의 기술이 정작 기초적인 관리 부실로 무너지는 장면을 보여준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시장을 교란하고 투자자들에 막대한 피해를 입혀도, 현행 법 체계로는 발행사에 제대로 된 형사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현실이다. 위메이드는 2022년 가상자산 거래소들에 제출한 계획보다 훨씬 많은 양의 위믹스 코인을 시장에 몰래 유통하고 이런 사실을 숨겨, 사상 초유의 ‘국내 거래소 상장폐지’로 이어졌던 대형 금융 스캔들을 일으켰다. 당시 유통량 조작으로 3000억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로 경영진이 기소됐지만 “가상자산은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사법 처벌을 면했다. 상장 기업이 주식 발행량을 단 한 주라도 속이거나 공시를 누락하면 즉시 거래가 정지되고 경영진이 처벌을 받는 주식시장과 비교하면 이런 불공평이 없다. 법망의 사각지대 뒤에 숨어 “법적 근거가 없다”며 면죄부를 받는 악질적 선례가 반복된다면, 가상자산 시장은 영원히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의 해방구로 남을 수밖에 없다.
기술의 발전 속도를 법이 따라가지 못하는 ‘입법 지체’의 대가는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들의 몫으로 돌아오고 있다. 뒤늦게 ‘가상자산이용자 보호법’이 시행됐지만, 교묘해진민간 코인의 불법 발행과 브릿지를 통한 자금 세탁 수법을 막기엔 여전히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금융감독 당국과 국회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사후약방문 대책에 머물러선 안된다. 민간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대해 은행 수준의 엄격한 준비금 적립 규제를 도입하고, 공시 조작과 보안 실패에 대해선 연대 책임을 지우는 강력한 입법 조치에 당장 착수해야 한다. 공신력이 높은 은행에 민간 스테이블 코인 발행 주체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두차례나 해킹에 뚫린 위믹스에 대해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감독 당국이 시장의 정의를 바로잡지 못하는 건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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