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청, 9년간 329명 대상 해직 요구 공문

해고 요청 응하지 않을 경우 고용주 처벌

병무청 “제재 없으면 병역 기피자 양산”

군 병역 의무 [연합뉴스]
군 병역 의무 [연합뉴스]

병역을 거부한 300여명이 지난 9년간 병무청의 ‘해고 요구’ 공문에 따라 일자리를 잃었다. 병역거부자가 운영하는 치킨집도 영업소 폐쇄 처분으로 문을 닫을 경우도 있었다.

26일 연합뉴스가 병무청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병무청은 지난 2017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병역 거부자 329명에 대해 이들의 고용주나 자영업자 영업장 소속 지자체 등에 ‘병역의무 불이행자 해직 통보’ 공문을 보내, 해직을 요구했다.

병역법 제76조의 규정 내용을 보면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장, 고용주는 병역 기피자를 공무원이나 임직원으로 임용·채용할 수 없다. 또 재직 중일 경우 해고해야 한다. 병역거부자가 공무원인 경우는 물론이고 민간기업 재직자, 자영업자일 경우에도 모두 해당하는 셈이다.

만약 공문을 받은 고용주가 해고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병무청의 공문 발송 대상은 지난 2020년 4명이었다가 2021년 19명, 2022년 39명, 2023년 42명, 2024년 65명으로 매년 급증 추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101명으로 처음 100명을 넘었다.

2018년 6월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제5조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오고, 2020년 대체역 편입제도가 도입된 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병무청에 따르면 고용주가 병역거부자에 대한 해고요구를 거부해서 병무청이 고발한 사례는 1건이고, 나머지는 모두 요구대로 해고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병역법에 근거해 해직 요구 공문을 보낸 병무청의 처분을 두고, 일각에선 생존권 침해라는 반론도 나온다. 법적 처벌과 별개로 생계 수단까지 무차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한베평화재단의 김민형 활동가는 “재판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강도 높은 규제부터 받는 것이 억울하고 마치 연좌제처럼 느껴진다”며 “아무 일을 못 하게 되면 재판받는 동안 어떻게 일상생활을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그는 입영일인 지난 2월 23일 입대와 대체복무 모두 거부한다고 선언했고, 병무청은 지난 4월과 6월 두차례 한베평화재단에 김 활동가에 대한 해고 요청 공문을 보냈다.

지난 2018년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대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한 20대 남성의 경우 지자체 의 영업소 폐쇄 처분 통지를 받고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6년 “제한 대상 직업의 범위가 공직·사적 부문의 직업을 모두 포괄하고, 당사자의 생활 형편과 사회적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심각한 생계 위협 및 사회적 소외를 초래할 수 있다”며 법 개정을 권고한 바 있다.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뒤 중견 건설사에 입사한 A씨는 병무청의 요청으로 지난해 1월 해고됐다. 그는 현재 헌법 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이에 대해 병무청은 지난 2017년 인권위에 “재판 진행을 이유로 아무런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병역 기피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권고 불수용 의사를 밝혔다. 이후에도 같은 입장을 유지 중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취업 제한은 사법절차와는 다른 별개의 행정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한기호 기자(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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