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지난 2분기 예상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이끄는 반도체 수출 호조가 중동발 악재를 걷어 낸 덕택이다. 특히 반도체값 급등에 실질 구매력 지표는 38년여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올들어 1·2분기 연속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연간 3%대 성장률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하반기 평균 마이너스(-)0.1%만 넘으면 5년만에 3%를 넘게 된다.
‘깜짝 성장’에 한국은행이 다음달 기준금리를 또다시 올릴 지 주목된다.
◇ 하반기 ‘-0.1%’만 성장해도 3%= 23일 한은이 발표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속보치)은 0.6%로 집계됐다. 한은이 지난 5월 제시한 2분기 전망치(0.2%)보다 0.4%포인트(p) 높다.
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0.1%에서 올해 1분기 1.8%로 급반등한 데 이어 2분기에도 양호한 수준을 나타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올해 1분기 3.8%, 2분기 3.7%로 거의 비슷하다.
한은은 2분기 들어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충격이 본격화하면서 성장 하방 압력이 커졌으나, 초유의 반도체 수출 호조가 이를 상쇄한 것으로 풀이했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올해 3분기와 4분기 성장률 평균이 -0.1%면 연간 3% 성장률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며 “3%대 성장률이 나오면 2021년 4.7% 이후 5년 만에 최고”라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수출 금액과 에너지 수입 금액 차이를 보면, 하반기 성장률이 둔화할 수 있지만, 마이너스까지 갈 상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부문별로 보면, 민간소비는 재화와 서비스가 모두 늘어 0.4% 증가했고, 정부소비는 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을 중심으로 0.2% 늘었다.
건설투자는 토목건설이 줄어 0.2% 감소했으나,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기계류가 늘어 0.2% 증가했다.
지식재산생산물투자는 연구개발, 소프트웨어 등을 중심으로 3.3% 늘었다. 2012년 1분기(5.4%) 이후 14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수출은 반도체, 기계 및 장비 등을 중심으로 1.4% 증가했고, 수입도 자동차, 기계 및 장비 등을 위주로 0.8% 늘었다.
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지난해 2분기보다 15.6% 증가했다. GDI 증가율은 1분기(13.2%)를 뛰어넘어 1988년 1분기(16.4%) 이후 38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질 GDI는 생산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수치다. 반도체 등 수출품 가격이 오르면서 교역 조건이 개선된 영향으로 급증했다.
◇ 높아진 눈높이… 2연속 기준금리 인상할까= 성장률 호조로 한은이 다음 달 또다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졌다. 7월 물가상승률까지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경우 한은이 통화 긴축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은은 지난 1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3년 6개월만에 기준금리를 2.75%로 0.25%p 올린 바 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당시 다음 달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때 2분기 실질 GDI 성장률 등을 고려하겠다고 언급했다.
만약 한은이 기준금리 연속 인상을 단행한다면 연내 세 차례, 총 0.75%p 올릴 가능성도 나온다.
다만 2분기 성장 호조가 어느 정도 예상됐던 만큼, 이번 GDP 지표만으로 당장 8월 기준금리 인상을 점치는 것은 섣부르다는 시각도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책임연구위원은 “아직은 8월 동결 뒤 10월 인상 가능성을 더 크게 본다”면서도 “만약 다음달에도 근원물가가 크게 오른다면 8월 인상 여지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욱 한국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도 이날 보고서를 통해 “견조한 GDP, GDI 수치를 바탕으로 8월 금통위에서 0.25%p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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