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한 25대 중 1대 납품으론 성능 시험 불가… 韓 철도 사상 첫 ‘완성차 반품’
다원시스 부도 위기에 차량 교체 원점으로… 30년 노후 열차 연장 운영 불가피
서울교통공사 “자본잠식 미리 알기 어려워… 보험 가입해 큰 손실 없어” 해명
사용연한(30년)을 채운 서울 지하철 5·8호선 신차 교체 계획이 제작사의 자본잠식과 납품 차질로 물거품이 됐다.
제조사의 생산 능력 부족을 사전검증하지 못한 현행 검증 체계에도 커다란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신형 전동차 도입이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5·8호선은 앞으로 5년 이상 노후 전동차를 계속 운행해야 할 전망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제작사인 다원시스가 입고한 서울지하철 5·8호선 신형 전동차를 돌려보내고 발주 계약을 전면 해제했다고 22일 밝혔다. 국내 철도 역사상 납기가 늦어져 계약을 변경하거나 지체상금을 부과한 사례는 있지만, 완성 차량을 돌려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작사에 50% 이상 지급된 계약금도 공사가 돌려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계약이 해제된 것은 다원시스가 납품해야 할 추가 전동차를 서울교통공사가 받지 못해 ‘구원운전’ 테스트를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구원운전은 전동차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다른 차량을 연결해 이동·견인하는 것을 말한다.
다원시스는 당초 지난 3월까지 전동차 200칸(25대)을 납품해야 했으나,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단 1대밖에 입고시키지 못했다. 전동차 1대로는 구원운전 테스트를 할 수 없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전동차 1대로는 구원운전 시험을 할 수 없고, 성능검증을 완료하지 못한 차량을 운행에 투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완성된 전동차가 운행도 하지 못한 채 제조사로 돌려보낸 것은 국내 철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가 계약을 해제하면서 지하철 5·8호선은 각각 30년이 지난 낡은 전동차 운행이 불가피해졌다. 5호선과 8호선은 각각 1995년과 1996년에 개통해 열차 사용연한을 넘겼다.
공사는 노후 전동차를 보수해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용연한을 넘긴 전동차를 운행하기 위해선 국토교통부로부터 사용연장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공사는 신규 재발주를 통해 차량 교체를 할 계획이다. 재발주가 이뤄지면 약 5년의 제작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교통공사는 다원시스의 생산 차질 가능성을 사전 검증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서울교통공사에 관리 체계가 있지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원시스와 남은 공사대금·지체상금 정산도 문제다. 서울교통공사는 5·8호선 전동차 계약에 50% 이상의 계약금을 다원시스에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 발주처는 지방계약법상 ‘최대 70%의 선급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내용을 근거로 일반 민간 계약보다 높은 비중의 계약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주재한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국가를 상대로 한 사기’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다원시스는 현재 자본잠식 상태로, 부도 위기에 직면해 계약금 회수가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별도의 손해 보험을 가입해 재정상 막대한 손실을 입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다만 다원시스와의 계약 해지, 손해배상 문제 등을 고려할 때 보험금을 지급받으려면 법적 분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동차 납품 지연을 사전에 예측할 수 없었느냐는 질의에는 “다원시스가 자본잠식 상태가 될 거란 것을 미리 알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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