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이 지난 21일 서울 소재 대형마트 야채 코너에서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 시민이 지난 21일 서울 소재 대형마트 야채 코너에서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대형마트를 14년간 붙잡아온 새벽배송 규제가 수술대에 오른다. 하지만 '다 끝난 잔치'에 뒤늦게 초대장을 받은 마트 업계의 표정은 어둡다. 새벽배송 시장의 패권이 이미 쿠팡과 컬리 등 온라인 플랫폼으로 완전히 넘어간 데다, 막대한 물류비용 탓에 수익을 내기도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막대한 출혈이 불가피한 새벽배송 시장에 억지로 등을 떠민 '뒷북 규제'라는 지적 속에, 벼랑 끝에 몰린 오프라인 유통을 살리려면 당장 소비자의 발길을 끊어놓은 '주말 의무휴업' 대못부터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6차 유통산업발전기본계획에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산업부는 최근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뿐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 다이소와 무신사 등 신흥 유통업체를 만나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영업을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제한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대형마트는 영업시간 제한 때문에 점포에서 상품을 포장하거나 반출할 수 없어 기존 매장을 새벽배송 거점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별도의 물류센터에서 출발하는 배송은 가능하지만, 도심 곳곳에 보유한 대형 점포를 물류망으로 활용하는 것은 사실상 금지돼 있었다.

정부가 뒤늦게 규제 완화에 나선 것은 유통시장 환경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를 규제하는 사이 쿠팡과 컬리 등 온라인 유통업체가 새벽배송을 앞세워 빠르게 성장했다. 식자재마트와 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 등 기존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유통업체도 시장을 넓혔다.

산업부에 따르면 2019년 전체 유통시장 매출의 20.2%를 차지했던 대형마트 비중은 올해 5월 기준 8.1%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온라인 유통업체의 매출 비중은 41.2%에서 58.6%로 확대됐다.

하지만 새벽배송 규제가 풀려도 대형마트가 당장 반전을 만들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미 쿠팡과 컬리 등이 물류센터와 배송망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시장을 선점한 데다, 새벽배송 자체 수익성도 낮기 때문이다.

아울러 새벽배송을 시작하려면 배송 차량과 인력, 냉장·냉동 설비, 콜드체인(저온 유통망) 시스템 구축 등에 막대한 추가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대형마트 업계가 이번 규제 완화 움직임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새벽 배송 규제 완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박종대 하나증권 유통 부문 연구원은 "새벽배송 비용이 일반배송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웬만한 규모가 아니면 수익을 내기 힘들어 굳이 (사업 범위를) 확대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모든 규제의 적용과 완화에는 적절한 타이밍이 있는데, 지금 정부의 움직임은 한 박자 늦었다"며 "시장경제에는 선점 기업이 형성해둔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이 있는데, 쿠팡과 컬리가 세운 진입장벽이 견고해 다른 대형마트가 뒤늦게 이를 뛰어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규제 완화에 앞서 먼저 월 2회 의무휴업 규제부터 푸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홈플러스 사태에서 보듯 침체된 마트 업태를 살리려면 소비자를 오프라인으로 나오게 해야 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의무휴업 규제를 없애 휴일 장보기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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