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선트 "中 모델서 美LLM 워터마크 발견… 조사할 것"

딥시크 이어 '키미 K3'도 증류 의혹… 美 "더는 안 돼"

9월 시진핑 방미 전 AI 회담 추진… 첫 공식 대화 주목

AI 안전·통제 규범 논의… AGI 대비 국제협력은 필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EPA 연합뉴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EPA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오는 9월 인공지능(AI)을 주제로 첫 고위급 정부 간 회담을 추진하면서 양국의 AI 패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저비용·고성능 AI 모델들이 미국 선두 기업의 기술을 무단 활용했는지 여부를 정조준하고 있으며, 중국은 AI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한 오픈소스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 스타트업 문샷AI가 공개한 '키미 K3'가 적은 개발비로 높은 수준의 성능을 구현하면서, 미국은 이를 기술 추격이 아니라 지식재산권(IP) 문제와 직결된 사안으로 바라보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양국은 지난 5월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AI 회담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9월 방미 전 개최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미국 측에서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대표단을 이끌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의 구체적인 일정과 장소, 의제는 협의가 진행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공식 AI 대화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이 가장 민감하게 보는 부분은 중국 AI 모델들의 이른바 '증류'(Distillation) 의혹이다.

베선트 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많은 중국 AI 모델에서 미국 대형언어모델(LLM)의 워터마크가 발견되고 있다"며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며, 향후 며칠 또는 몇 주 안에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오픈소스 AI 자체는 지지하지만 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사례가 확인될 경우 제재도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증류란 성능이 뛰어난 '교사 모델'의 출력 결과를 활용해 후발 모델을 학습시키는 기법을 말한다. 기술 자체는 널리 활용되는 효율적인 학습 방식이지만, 경쟁사의 API를 대량 호출해 결과물을 확보한 뒤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모델을 개발할 경우 서비스 약관 위반과 지식재산권 침해 논란이 발생한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은 그동안 중국 기업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자사 모델의 성능을 사실상 이전받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 같은 의혹은 딥시크에 이어 키미 K3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와 미국 규제 당국에서는 키미 K3 역시 미국 선두 모델의 출력 데이터를 대규모로 활용했을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막대한 컴퓨팅 자원과 수년간의 연구개발이 필요한 최고 수준의 AI를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단기간에 구현한 배경으로 증류 기법이 활용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키미 K3를 '복제품'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 모델의 출력을 학습 데이터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크더라도, 혼합전문가(MoE) 구조와 자체 추론기법, 강화학습(RL)을 결합해 일부 코딩 분야에서는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즉 증류가 출발점이었다면 이후 성능 향상은 자체 기술력이 더해진 결과라는 것이다.

이번 첫 회담에서는 당장 지식재산권 등 분쟁을 다루기보다 '프런티어 AI'의 정의와 위험 관리 등 기본 원칙을 조율하는 수준의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인간 능력을 넘어서는 AGI 시대를 앞두고 AI 안전성과 인간의 통제권, 자율무기 규범 등은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치열한 기술 경쟁 속에서도 세계 AI 양강인 미국과 중국이 공통의 위험을 논의하는 공식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은 의미가 작지 않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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