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첼시의 하이엔드 시니어 레지던스, 주거·호텔·웰니스·커뮤니티 결합
국내에도 시니어 레지던스 패러다임 바꿀 ‘소요한남 by 파르나스’ 공급
영국 런던에서도 부촌으로 꼽히는 첼시에서 노후 주거의 문화를 바꾼 ‘오리엔스 첼시(Auriens Chelsea)’는 은퇴한 자산가들을 위한 대표적인 주거시설로 손꼽힌다. 고령자를 보호하거나 돌보는 기능을 앞세우기보다, 은퇴 후에도 자신이 누려온 삶의 수준과 취향을 그대로 이어가고자 하는 자산가들을 위한 고급 주거공간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단지가 위치한 첼시 킹스로드 일대는 명품 브랜드 매장과 미술관, 고급 레스토랑이 밀집한 런던의 대표적인 부촌이다. 입지에 걸맞게 주거 비용도 상당하다. 최소 분양가는 약 55억원으로 알려져 있으며, 선택하는 관리 서비스와 생활 지원 방식에 따라 월 이용료가 3,600만원 수준에 이르기도 한다.
그러나 오리엔스 첼시의 차별점은 가격보다 은퇴 이후의 생활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찾을 수 있다. 단지 내부에는 와인바와 전용 영화관, 스파, 15m 길이의 수영장, 고급 레스토랑 등이 갖춰져 있다. 병원이나 요양시설을 중심으로 공간을 구성하는 대신, 특급 호텔과 프라이빗 클럽을 결합한 듯한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입주민들은 건물 안에서 식사와 운동, 여가와 문화생활을 한꺼번에 누릴 수 있다. 정기적으로 마련되는 모임과 행사에 참여하거나 이웃과 와인을 즐기며 자연스럽게 교류하기도 한다. 비슷한 사회적경험과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생활한다는 점은 은퇴 후 발생하기 쉬운 외로움과 고립을 줄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공간 곳곳에는 고령자의 신체적 변화를 고려한 설계가 적용돼 있다. 가구의 높이, 문손잡이의 위치, 욕실 동선, 주방 수납방식 등을 보다 편리하고 안전하게 구성했다. 다만 이러한 장치가 눈에 띄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기능을 인테리어 속에 자연스럽게 숨겨 입주민이 자신을 도움이나 보호가 필요한 사람으로 인식하지 않도록 배려했기 때문이다.
주요 입주민은 은퇴한 기업인과 금융인, 예술계 종사자 등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익숙한 생활방식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활기 있는 일상을 이어간다. 운영 규모가 크지 않고 공급 물량도 한정돼 있어 입주를 희망하더라도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할 만큼 관심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해외 자산가들의 노후 주거는 생활의 불편을 대신 해결해 주는 시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익숙한 생활 수준을 유지하면서 건강과 취향, 사회적 관계를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이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른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반영한 하이엔드 시니어 레지던스가 등장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조성되는 ‘소요한남 by 파르나스’가 대표적이다. 입주민을 보호와 관리의 대상으로 바라보기보다 독립적인 일상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순간에 전문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프라이빗 주거공간을 중심으로 파르나스호텔의 서비스와 건강관리, 웰니스 프로그램을 하나의 생활 체계로 연결한다.
안전설계는 사고 발생 이후 대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일상 속 위험을 사전에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실내 전 공간의 단차를 없애 이동 중 낙상 위험을 낮추고, 야간에는 센서형 스텝라이트가 이동 동선을 밝힌다. 거실에는 낙상 감지 센서를 설치해 이상 상황이 발생하면 관리자와 보호자에게 알림을 전달하며, 주요 공간에는 비상벨을 배치한다.
건강관리는 정기 검진에 그치지 않고 일상의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살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마스터룸에 설치되는 심박·호흡 감지 센서는 별도의 기기를 몸에 부착하지 않고도 건강 상태와 수면의 질을 확인한다. 전담 헬스케어 컨설턴트는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별 케어 플랜을 설계하고 정기 상담과 월간 건강 리포트를 제공할 예정이다.
프라이버시를 강화한 동선도 눈에 띈다. 세대별로 2대의 엘리베이터가 마련되며, 이 가운데 1대는 입주민 전용으로 운영된다. 대기 공간에서는 다른 이용자의 탑승 여부를 미리 확인할 수 있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뒤에는 세대별 독립형 복도가 이어진다. 공동주택 안에서도 현관에 도착하기 전부터 개인의 생활 영역이 시작되는 구조다.
생활 서비스는 입주 전부터 배정되는 전담 버틀러를 중심으로 제공된다. 버틀러는 이사와 호실 세팅을 지원하고, 입주 후에는 개인 일정과 생활 패턴, 건강 상태를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를 맡는다. 병원과 여행 일정 관리, 의전, 장기 부재 시 호실 관리 등 일반적인 주거시설에서 제공하기 어려웠던 영역까지 서비스 범위에 포함된다.
세대 내부에는 복도와 연결되는 양방향 ‘버틀러 캐비닛’이 설치된다. 세탁물과 택배, 배달음식 등을 외부인과 직접 마주치지 않고 받을 수 있으며, 런드리와 딜리버리, 클리닝 등 기능별 호출 시스템도 적용된다. 파르나스호텔 출신 셰프가 설계한 선택형 반상과 샐러드바, 인룸다이닝을 비롯해 티하우스와 프라이빗 바, 수중 트레드밀, 엔드리스풀, 아쿠아 워킹 레인 등 식음·여가·웰니스 시설도 마련될 예정이다.
호텔서비스는 파르나스호텔이 맡는다. 컨시어지와 하우스키핑, 식음, 웰니스 전반에 호텔 운영 매뉴얼과 전문 인력 체계를 적용할 계획이다. 분양 관계자는 “과거의 시니어 주거가 생활의 불편을 대신 해결하는 데 머물렀다면, 소요한남 by 파르나스는 입주민이 자신의 방식대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주거와 안전, 건강, 서비스를 연결한 새로운 노후 주거의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소요한남 by 파르나스’는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일원에 지하 5층~지상 7층, 연면적 약 3만9000㎡, 총 111실 규모로 조성되며 시공은 포스코이앤씨가 맡았다.
박영서 논설위원(pys@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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