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보유 비중 높을수록 환율 충격 완화

금도 보완적 역할…한은 금 보유 비중 3.2%

달러화 지폐. [연합뉴스]
달러화 지폐.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으로 자국 통화 가치가 떨어질 때 중앙은행이 달러화 자산과 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면 환율 충격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외환보유액의 절대 규모뿐 아니라 달러와 금 등 준비자산의 구성도 대외 충격에 대한 대응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 경제연구원은 최근 ‘최신 해외학술 정보’를 통해 ‘지정학적 분절 시대의 미국 통화정책의 파급 효과와 외환 및 금 준비자산’ 논문을 소개했다.

논문은 조슈아 아이젠먼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와 자멜 사다위 파리 제8대 경제학 교수, 가지 살라 우딘 린셰핑대 교수, 야고 나오키 레딩대 조교수 등이 공동 집필했다.

연구 결과 연준이 시장 예상과 달리 기준금리를 10bp(1bp=0.01%포인트) 인상하는 충격이 발생하면 다른 나라의 통화 가치는 평균 약 0.4%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달러화 자산과 금을 평균보다 많이 보유한 국가는 통화 가치 하락 폭이 유의미하게 줄었다.

달러화 표시 외환보유액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이 분석 대상국 평균보다 20.4%포인트(p) 높으면 통화 가치 절하 폭은 최대 0.1%p 축소됐다. 반면 비달러화 자산의 보유 규모에 따른 충격 완화 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금도 환율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했다. GDP 대비 금 보유 비중이 분석 대상국 평균보다 약 1.9%p 높을 경우 통화 가치 절하 폭은 약 0.04%p 줄어들었다.

금의 환율 방어 효과는 달러화 자산보다 작았지만 금융 제재 등 지정학적 위험에 대비하는 보완적 준비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평가다.

특히 달러화 표시 대외부채가 많은 국가일수록 미국의 통화 긴축에 따른 통화 가치 하락 충격이 크게 나타났다. 이들 국가에서는 달러화와 금 준비자산이 제공하는 완충 효과 역시 상대적으로 컸다.

연구진은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달러화와 금 등 준비자산이 미국의 긴축 충격으로 인한 자국 통화 가치 하락 압력을 얼마나 완화하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호주와 브라질, 캐나다, 칠레 등 18개 선진국 및 신흥국을 대상으로 2009년부터 2023년까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발표 전후 30분간의 분 단위 환율 움직임을 분석해 예상 밖의 통화정책 충격을 산출했다.

이어 이를 각국의 외환 및 금 보유고, 달러 노출도,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및 환매조건부채권(Repo) 라인 보유 여부 등과 결합해 각 요인이 환율 충격을 얼마나 줄였는지 살펴봤다. 레포 라인은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담보로 맡기고 달러화를 공급받는 제도다.

한국은 이번 연구의 분석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한은의 금 보유 규모와 전체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주요국 중앙은행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세계금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은의 금 보유량은 104.4t으로 세계 중앙은행 가운데 39위를 기록했다. 전체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2%로 홍콩(0.1%)과 콜롬비아(1.0%) 등에 이어 세계 최하위권에 속했다.

한은은 채권이나 주식에 비해 금의 유동성이 낮고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로 2013년 이후 금을 추가로 매입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금값이 크게 오르고 각국 중앙은행이 금 매입을 확대하면서 한은도 금 준비자산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은은 해외 증시에 상장된 금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기 위한 계좌를 개설하는 등 관련 준비를 마친 상태다.

반면 한은 외환보유액에서 미국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69.5%로 세계 평균인 56.8%를 웃돌았다.

한은 경제연구원은 “미 긴축 등 대외 충격에 대응력을 높이려면 외환보유액의 총량만이 아니라 달러·금을 포함한 준비자산의 구성과 통화스와프·레포 라인 등 국제 유동성 안전망 접근성을 함께 고려한 종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유진아 기자(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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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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