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유지 ‘영업익 10% 성과급’

1년 만 재논의 요구에 노조 반발

주식 지급 비율 등 놓고 줄다리기

이 대통령 지시에 노동부 지침 낼 듯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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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노조 총파업 위기를 넘긴 가운데 SK하이닉스에서는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지난해 10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한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제도가 1년 만에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오르면서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으로 역대급 실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성과 배분 방식을 둘러싼 논쟁이 주주와 정부까지 가세하면서 다시 재점화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전임직(생산직) 노조는 전날 충북 진천 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사측과 집중 실무교섭을 진행했다. 사무직 노조도 같은 날 별도 교섭을 진행하며 성과급 제도를 비롯한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이번 집중교섭은 지난 14일 열린 3차 본교섭에서 노사가 성과급 등 핵심 안건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마련됐다. 올해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은 임금 인상과 복지 확대가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회사가 새로운 성과급 지급 방안을 제시하면서 성과급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SK하이닉스는 교섭 과정에서 기존 성과급 체계와 관련한 새로운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성과급 일부를 주식으로 의무 지급하는 방안 등이 검토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전임직 노조는 “지난해 어렵게 마련한 합의의 취지와 기본 방향을 훼손하는 수준”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무직 노조 역시 “성과급 기준이 변경되거나 구성원에게 불이익이 발생하는 방안은 수용할 수 없다”며 기존 합의 유지를 요구하고 있다.

앞서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교섭에서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의 상한을 폐지하고 이를 향후 10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지급액의 80%는 당해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나눠 지급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올해 AI 반도체 호황으로 SK하이닉스의 실적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성과급 규모가 커지게 됐다. 업계에서는 올해 영업이익이 27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영업이익의 10%를 전체 임직원 수 약 3만5000명으로 단순 계산하면 1인당 평균 7억~8억원 수준의 성과급 재원이 마련될 수 있다. 실제 지급액은 직급과 개인별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성과급은 회사 성장에 따른 정당한 보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특히 AI 메모리 경쟁에서 SK하이닉스가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하면서 성과 창출의 주체인 임직원에 대한 보상 확대 요구도 커지고 있다.

반면 회사는 막대한 현금 유출 부담과 장기적인 기업가치 관리, 미래 투자를 위한 재원 확보라는 고민을 안고 있다. 성과급을 단순 현금 보상이 아닌 자사주 등과 연계해 임직원이 회사 가치 상승에 함께 참여하는 구조로 바꾸려는 배경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최근 성과급 논란과 관련해 구성원 보상 확대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이해관계자와의 균형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최근 제주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구성원에게 가능한 많은 행복을 주고 싶지만 단서가 있다”며 “스테이크홀더(이해관계자)와 함께 행복해야 한다. 구성원의 행복이 이해관계자를 침해한다면 지속가능한 행복을 위해 그 문제에 손을 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SK하이닉스 직원이 아닌데도 좋다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성과급 확대가 가져오는 긍정적 영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주주단체까지 가세하면서 전선이 복잡해졌다.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이날 성과급은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라며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 경영진을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이 단체는 영업이익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배분하는 방식이 회사 재산 처분에 해당하며, 주주 이익과 직결되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성과급 역시 노동의 대가이자 성과에 따른 보상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노동부에 ‘N% 성과급’ 논란에 대한 해석지침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정부가 어떤 대안을 내놓느냐에 따라 SK하이닉스 노사 갈등 국면이 요동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서 논란이 되는 ‘영업이익 일정 비율 성과급’과 관련해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배분하는 문제가 과연 쟁의 대상인가. 저는 아닌 쪽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쟁의 대상이 너무 광범위하게 확장되는 것 같다”며 노동부 등이 해석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현 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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