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건을 왜 뉴욕서”…쿠팡 모회사, 소송 각하 요청
“필요할 땐 핵심, 피소되니 별개?”…원고 측 ‘이중 태도’ 비판
“증거개시 전 각하 안 돼”…본사-자회사 간 의사소통 기록 조사 촉구
국내 소송·미 주주 소송과 별개…독립적 법정 싸움 본격화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둘러싸고 미국에서 제기된 집단소송과 관련해, 미국 법원에서 모회사의 책임 여부 및 재판 관할권을 두고 원고와 피고 양측이 팽팽한 법리 대립을 벌이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미 뉴욕 동부연방법원에 따르면, 쿠팡의 미국 모회사인 쿠팡아이엔씨(Coupang, Inc.)와 김범석 이사회 의장 측은 이달 초 담당 재판부에 제출한 서한을 통해 자사를 상대로 제기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별도의 사전 심리 없이 조속히 각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쿠팡아이엔씨 측은 실제 정보 유출이 발생한 주체는 한국 법인인 ‘쿠팡 코퍼레이션’이며, 모회사와 자회사는 엄연히 법적 실체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들은 “이 사건을 뉴욕에서 다루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며, 본질적으로 한국에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쿠팡아이엔씨는 미 델라웨어주에 소재한 지주회사로서 전 세계 여러 자회사를 두고 있고 한국 쿠팡은 그중 하나일 뿐”이라며, 원고 측이 모회사나 김 의장이 한국 내 보안 관련 구체적 의사결정에 지배력을 행사했다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미 한국에서 관련 소송이 여럿 진행 중이라는 점을 들어 원고 측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원을 선택하는 이른바 ‘포럼 쇼핑(forum shopping)’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피고 측 변호는 미국 대형 로펌 ‘커클랜드 앤드 엘리스’가 맡은 상태다.
반면 원고 측은 모회사가 상황에 따라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맞섰다. 쿠팡아이엔씨는 한국 쿠팡 지분을 100% 소유한 모회사다. 원고 측은 지난주 제출한 반박 서한을 통해 “투자자에게는 한국 법인을 그룹 운영의 핵심으로 소개하면서, 법원에서는 미국 모회사와 동떨어진 법인으로 취급해 달라고 요청할 수는 없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원고 측은 양측 간 사실관계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본격적인 본안 심리 전 당사자 간 증거를 공개·수집하는 ‘증거개시(Discovery)’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관할권 판단을 보류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정보 유출 사태 관련 내부 기록, 최종 의사결정권자, 본사-자회사 간 소통 방식 등에 대한 기초적 증거 조사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취지다.
앞서 원고 측 변호인인 로펌 SJKP의 탈 허쉬버그 변호사는 “쿠팡아이엔씨는 미국 상법에 따라 설립되었으며 미국 시민은 물론 한국인을 포함해 쿠팡을 이용하는 모든 이에게 의무를 진다”라며, “미국 법정을 이용하는 것이 (쿠팡 측에) 어떤 잘못이 있었는지에 관한 더 나은 정보를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미국 내 소송 제기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이번 뉴욕 소송은 한국 국내 법원에 제출된 소송들은 물론, 앞서 미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에 제기된 주주 집단소송과도 별개로 독립 진행될 예정이다.
권순욱 기자(kwonsw87@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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