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시간 넘는 고강도 수색…PC 자료·메모지 등 핵심 물증 대거 확보

“살인·성범죄 분리 수사, 국수본 지침 탓”…지휘 라인 개입 의혹 분출

전 형사과장 구속영장 기각에 수사 차질…‘국수본 수사’로 돌파구 찾나

경찰청 장윤기 사건 관련 진상규명 특별수사단이 21일 수사 과정의 보고·지휘 체계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압수수색 중인 가운데 국수본 로비 앞에 경찰 관계자들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청 장윤기 사건 관련 진상규명 특별수사단이 21일 수사 과정의 보고·지휘 체계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압수수색 중인 가운데 국수본 로비 앞에 경찰 관계자들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과 경찰이 ‘장윤기 사건’의 부실 수사와 증거인멸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를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현직 국수본 관계자가 피의자로 입건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장이 발부된 만큼, 수사 기관 안팎에서는 이번 강제수사를 매우 이례적인 조치로 보고 있다.

22일 경찰청 장윤기 사건 진상규명 특별수사단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 및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 등에 대한 압수수색은 16시간 넘게 이어진 끝에 오후 11시 50분쯤 마무리됐다. 앞서 광주지방검찰청 역시 전날 오전 6시 15분부터 오후 8시까지 국수본을 상대로 공무상비밀누설 및 증거인멸 혐의 규명을 위한 압수수색을 집행했다.

양 기관은 국수본 내 PC 전자자료와 각종 서류, 메모지 등을 대거 확보했다. 먼저 현장에 도착한 검찰이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동안 경찰은 집행 상황을 지켜본 뒤 절차를 밟았다. 다만 국수본 소속 경찰관들의 휴대전화는 검찰만 확보했다. 경찰 측은 광주경찰청장 휴대전화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점을 고려해 영장 대상에서 제외했으며, 향후 필요시 임의제출을 받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동시 압수수색은 장윤기 사건 당시 국수본이 살인 사건과 과거 성범죄 사건을 분리해 수사하도록 지시했다는 현장 경찰관들의 진술이 나오면서 전격 단행됐다. 타 지역 경찰에 접수된 성폭행 사건과의 병합 수사 방안도 논의됐으나, 국수본 지침에 따라 사건이 여성청소년과로 배당됐다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수사 당국은 핵심 증거 미확보와 정황 묵살 등 수사 부실이 의도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당시 지휘 라인의 개입 여부를 집중 추적하고 있다.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관련자들에 대한 본격적인 소환 조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당시 수사 책임자였던 전 광주 광산경찰서 형사과장 A 경정에 대한 신병 확보는 무산됐다. 법원은 전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심문 직후 A 경정 측 법률대리인은 취재진에 “장윤기의 성폭행 범죄와 살인 사건의 분리에는 국수본의 지침이 있었다”고 밝혀 수사 지시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별수사단은 영장 기각 사유를 검토한 뒤 재구속영장 청구 등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피의자 장윤기는 지난 5월 광주에서 고교생 이채원 양을 살해한 혐의(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살인)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윤상호 기자(sangh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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