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연일 강경파 견제메시지

“비전문적, 부당한 말들로 협상 성과 과소평가해”

“‘협상 말라’ 말씀만 방송하는데” 국영TV 각세워

“순교한 최고지도자 ‘이 상태 끝내야’ 비공개말씀”

“現지도자 소통 크게 늘었다…그분이 지침 정렬”

전날 “미사일전쟁만 전쟁 아냐, 민생 최중요 전장”

“양해각서 어떤 조항도 우리 권리·원칙 후퇴안해”

美-이란 ‘10일 휴전·해협 수수료’ 중재안 검토중

종전 양해각서(MoU)에 따른 60일 협상이 무색할 만큼 미국-이란 재격돌이 이어지고 있지만, 양측 수뇌부가 ‘전쟁 장기화를 원치 않는다’는 시각에서 협상의 끈은 붙들고 있는 모양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 등에 따르면 행정수반인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로 이틀째 공식석상 발언을 통해, 대미(對美) 협상팀을 향한 정치적 공격 차단에 나섰다. 개혁파로 꼽혀온 그는 “오늘날 전쟁은 단지 미사일 전쟁이 아니다”며 가장 중요한 전선(戰線)으로 ‘국민 생계’를 내세웠다. IRNA 통신에선 협상파에 힘을 싣는 ‘단결’ 메시지를 담은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날 테헤란에서 관계 장관과 경제인들이 참석한 ‘국가 산업·광업의 날 기념식’ 연설을 통해 ‘협상에 대한 부당하고 비(非)전문적인 발언 행태’를 전제하고 “현실의 여러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일부 그릇된 말들은 ‘성과’를 과소평가하게 만든다”며 “통합과 결속은 사회의 가장 중요한 축이며 우리는 경솔한 발언들로 순수한 노력들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열린 ‘국가산업광업의 날 기념식’에서 연단에 올라 공개발언을 하고 있다. 행사엔 페제시키안 행정부에서 임명된 모하마드 아타박 산업광업무역부 장관, 다수의 산업·광업 분야 종사자와 경제 기업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 보도사진]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열린 ‘국가산업광업의 날 기념식’에서 연단에 올라 공개발언을 하고 있다. 행사엔 페제시키안 행정부에서 임명된 모하마드 아타박 산업광업무역부 장관, 다수의 산업·광업 분야 종사자와 경제 기업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 보도사진]

그는 자국 경제에서 ‘생산자들의 독보적 역할’에 감사한다며 “실제로 여러분이 바로 경제 전선에서 적들과 싸웠고, 그 민감한 조건에서 나라가 부족과 기근에 직면하지 않게 했다”면서 “적은 (전력·에너지분야) 핵심 기반시설을 겨냥하면 나라를 붕괴로 몰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국민의 화합과 책임자들의 한 목소리는 그들의 계획을 수포로 돌아가게 했다”고 치하했다.

미국·이스라엘 공습에 제거된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유지를 놓고 강경파와 상반된 해석도 내놨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비록 국영방송(IRIB, 프레스TV 등)은 그분의 ‘(미국과) 협상하지 말라’는 말씀 일부만 방송하지만, (생전) 비공개 회의에서 그분은 ‘이 상태를 끝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셨다”며 “우리의 외교기구는 결코 이란 국민의 권리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모즈타바 하메네이 현 최고지도자도 가리켜 “오늘날 우리와 사랑하는 지도자 간 소통과 접근 수준이 크게 높아졌고, 모든 조치가 그분의 지침에 따라 정렬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미)협상에서 우리는 한걸음씩 나아갔으며, 우리의 핵심 입장은 석유 수출과 다른 중대한 의제들을 위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는 것이었으나 상대가 규정을 어겼다”며 “그럼에도 이란의 성과는 기대치를 훨씬 넘어섰고, 우리는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문제들을 잘 관리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스라엘의 2·28 개전 직후 제거된 이란의 알리 하메네이(왼쪽) 직전 최고지도자와 그의 차남이자 후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네이(오른쪽) 현 최고지도자의 얼굴이 인쇄된 현수막이 7월초 알리 하메네이 장례식을 계기로 설치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이스라엘의 2·28 개전 직후 제거된 이란의 알리 하메네이(왼쪽) 직전 최고지도자와 그의 차남이자 후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네이(오른쪽) 현 최고지도자의 얼굴이 인쇄된 현수막이 7월초 알리 하메네이 장례식을 계기로 설치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IRNA는 전날(20일)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테헤란 사법부 최고회의에 참석해서도 이란이 하이브리드 전쟁(복합전)을 치르고 있다며 ‘경제와 국민 생계를 적과 맞서는 가장 중요한 전쟁으로 규정했다’고 보도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현실은 오늘 이란 이슬람공화국이 전면적인 전쟁(전면전)에 휘말려 있단 것”이라면서도 “오늘날 전쟁은 단지 미사일 전쟁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적은 군사 공격만으론 이란 국민을 굴복시킬 수 없단 결론에 이르렀다”면서 정부의 경제 안정 역할을 내세웠다. “오늘 가장 중요한 전장은 국민의 경제와 생계 영역이다. 군사적 전장에서 무장세력은 당당하게 나라를 방어하고 있다”며 “그러나 경제적 압박이 사회적 불만을 형성하고, 확산되면 국민이 체제 지지를 통해 구축해온 거대한 사회적 자산이 손상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1월 대규모 반정부시위 같은 상황이 재발하면 체제가 붕괴할 수 있단 취지로 풀이된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채택되는 결정과 정책은 모든 정부부처의 지지와 협력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정치인·공직자·신진세력까지 협조를 요청하고 “행정적인 책임이나 직접 국정운영에 관여하지 않는 사람들이 의사결정 과정 밖에서 ‘이랬어야 한다’고 말하는 건 옳지 않다”고도 했다.

아울러 “정부와 의회의 말이 다르고, 국영방송이 또 ‘다른 서사’를 내보내고, 각 부문이 각자 다른 길을 간다면 오직 사회 내 분열·이중성·불화·분열을 심화시킬 뿐”이라고 경고했다. 갈등 조장에도 대응하지 않고 있다며 “현실과 맞지 않고 실행 가능하지도 않으며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 발언들에 일일이 답하려 든다면 그 과정 자체가 분열과 균열을 확산시키는 결과가 된”고 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종전 MoU 합의 비판에 관해서도 직접 “현실은 그 14개 조항 합의의 어느 한 조항에서도 우리의 권리·원칙·국가 이익·혁명 가치·신념으로부터 후퇴하지 않았단 것”이라며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보면 성과의 상당부분이 이란에 유익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적으로 미국 측에만 일방적 이익을 안겨주는 조항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발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16일(미 동부 현지시간) 대국민 연설하는 모습.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16일(미 동부 현지시간) 대국민 연설하는 모습. [AP=연합뉴스]

한편 미 측에선 정치 전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20일(미 동부 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카타르·이집트·파키스탄 등 중재국들이 제안한 10일 휴전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휴전안은 재개된 교전을 중단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양측 항로를 다시 열어 미국과 이란이 붕괴 위기에 처한 종전 MoU를 살려낼 유예 기간을 벌어주는 내용이 골자다.

매체는 10일 휴전이 성사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돼 오만 측 해역의 남쪽 항로는 이란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해지고, 이란 측 북쪽 항로는 미국의 해상봉쇄에서 풀릴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이란이 해상안보 등을 명목으로 ‘합리적인 서비스 수수료’를 징수할 수 있도록 허용하되 수수료를 국제해사기구(IMO)가 참여하는 공동기금으로 관리하는 방안 등이 논의될 수 있다.

이란 외교부는 전날 에스마일 바가이 대변인의 정례브리핑에서 카타르 등 중재국들로부터 10일 휴전안을 전달받았다고 확인했다. 다만 미국과 이란은 아직 10일 휴전안을 수용하진 않았다. 휴전 이후 미군 4명이 전사한 상황에서, 백악관은 휴전안을 본격 검토하기 전 응징을 위해 며칠 더 이란 폭격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게 소식통 전언이다. 미국은 협상이 최종 결렬될 가능성에도 대비해 중동 파견 병력을 증강하고 있으며, 이스라엘군도 확전 가능성을 대비하고 있다고 한다.

한기호 기자(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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