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동 가담자들과 동반 처벌된 정윤석 감독
벌금 200만원 낮은 양형에도 “기본권 침해”
법원 “역사현장 기록 소명의식” 인정했으나
“목적 분간 곤란…침입 고의 자체 부정못해”
정씨측 “폭력과 구분않고 예술의자유 침해”
‘언론 자격’ 없이 기록행위 인정할지도 쟁점
헌재 “예술·공적기록 성격 모두 가질수도”
윤석열 전 대통령 비상계엄 극성지지자들의 ‘서울서부지법 폭동’을 현장 촬영한 다큐멘터리 감독이 주동자들과 같은 건조물침입죄로 처벌받은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낸 재판소원이 헌법재판소의 정식 심사 대상에 올랐다.
헌재는 21일 헌법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 평의를 진행한 결과,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정윤석씨(45)가 청구한 재판소원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내란수괴 혐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직후인 지난해 1월 19일 새벽 서부지법 경내에 침입한 혐의로 1·2심 벌금 200만원형을 선고받았다. 올해 4월 30일 대법원은 징역형을 받은 폭동 가담자들과 정씨를 포함한 총 18명에 대해 전원 유죄를 확정했다.
재판에서 정씨는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현장을 기록하겠다는 공익 목적으로 카메라를 들고 법원에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에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역사적 현장을 촬영하겠단 소명 의식에서 법원 경내로 진입했고, 그들(폭동 주동자)과 거리를 두고 촬영만 했던 것으로 보이긴 한다”면서도 침입의 불법성과 고의 자체를 부정할 수 없다고 봤다.
또한 “정씨에게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을 표현·예술의 자유가 있더라도, 타인의 법익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군중의 진입을 막던 서부지법 직원들 입장에선 폭동 가담자들과 정씨의 청사 진입 차이를 분간할 수 없었다는 취지다. 정씨 측은 기본권 행사와 범죄행위를 구분하지 않은 판결로 예술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당했단 입장이다.
대법원도 원심을 확정한 이후, 정씨는 5월 28일 헌재에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정씨 측은 “법원은 ‘(예술인은) 언론기관이나 기자가 아니’란 이유로 형법상 위법성조각 사유인 ‘정당행위’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예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평등권을 침해한 재판”이라고 주장했다. 공익에 기여하는 기록행위를 주체를 언론기관에 엄격히 한정한 것을 문제삼은 셈이다.
정씨는 “국민의 알권리에 기여하는 기록 행위에 대해 ‘언론기관에 의한 경우’와 ‘예술인에 의한 경우’를 달리 취급하고 ‘폭력을 목적으로 한 침입행위’와 ‘현장을 기록하기 위한 진입행위’를 동일하게 평가했다”고 항변했다. 헌재 측은 “다큐 영화감독으로서 청구인의 행위는 예술 행위의 일환이자 공적 기록이라는 성격을 동시에 가진다”며 전원재판부에서 판단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정부 주도로 재판소원제를 도입한 첫날(3월 12일)부터 전날(7월 20일)까지 접수된 사건은 총 1581건이다. 이 중 15건이 헌재 사전심사를 통과해 전원재판부에 회부됐고 1302건 각하됐다. 헌재는 항소이유서를 늦게 냈단 이유로 항소를 각하한 법원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재판소원 1건도 최근 추가 회부됐는데, 같은 쟁점으로 5건이 전원재판부 심리 중이었다.
한기호 기자(hkh89@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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