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쟁의 대상 너무 넓어”… 시행령 검토 지시

양대 노총 반발 “행정지침으로 법 취지 무력화 시도”

삼성전자 노조 “쟁의대상 아니면 중노위 조정 됐겠나”

노동부 “사업 결정 자체는 쟁의 대상 제외”…지침 추진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쟁의 대상을 대통령령이나 시행규칙으로 제한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둘러싸고 노동계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지 불과 4개월 만에 정부가 행정입법을 통해 노조의 쟁의권을 사실상 무력화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21일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최근 삼성전자 노조가 ‘영업이익 N% 성과급’을 요구하고,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를 내년 노사 교섭 의제로 올리겠다고 주장한 점을 직접 지목했다.

이 대통령은 “저도 노동법을 공부한 사람이긴 한데, (쟁의 대상이) 너무 광범위하게 확장되는 것 같다”며 “법원 판단 이전에 필요하면 노동위원회가 판단하고, 또 필요하면 대통령령이나 시행규칙 등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같은 발언이 전해지자 양대 노총과 해당 사업장 노조는 즉각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노동쟁의의 범위를 새롭게 제한하는 기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개정 노조법의 입법 취지에 따라 노동기본권이 충실히 보장될 수 있도록 법률을 집행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가 시행규칙이나 행정지침으로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려 한다면 국회가 입법으로 확대한 노동기본권을 사실상 축소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정부는 노동기본권 확대라는 입법 취지를 존중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노동쟁의는 경영상 결정에 단순히 문제를 제기한다고 바로 성립하지 않으며, 이미 엄격한 절차와 요건을 거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역시 성명을 내고 “이 대통령 발언은 개정 노조법의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제약하려는 매우 우려스러운 시각”이라며 “오랜 투쟁 끝에 만든 법을 정부 행정지침으로 다시 축소·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규탄했다.

민주노총은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 건에 대해 “기존 노동자의 고용 안정, 근무지 변경, 가족의 이주, 노동 강도 등 노동조건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라며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구체적인 내용과 영향을 논의·협의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고 반박했다. 성과급 관련 지적에 대해서도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어떻게 나누고 보상할 것인가를 두고 노사가 협상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가장 기본적 역할”이라며 “이를 부정하는 것은 자본의 독점적 권리만을 옹호하는 편향적 태도”라고 강조했다.

실제 당사자인 삼성전자 노조 측도 즉각 반발했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은 성과급 요구 논란과 관련해 “쟁의 대상이 아니라면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교섭 조정이 받아들여졌겠나”라며 “노사 교섭 관행을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와 관련해서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면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 주거 환경이나 교육 등 처우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노조의 관련 요구에 대해 이미 부정적인 입장을 정리한 상태다. 노동부는 보도 설명자료를 통해 “단체교섭·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삼성전자가 호남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한 사업상 결정 그 자체는 쟁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저희가 해석 지침도 마련하고, 안착해 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보고했다.

김윤정 기자(kking15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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