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혈관연구단, 뇌척수액의 뇌막 림프관 흡수·배출 경로 규명

뇌척수액이 지주막 빠져 나오는 첫 관문 발견 ‘지주막 소창’ 명명

뇌척수액서 지주막 소창 거쳐 코 안쪽 통과 뒤 목 림프절까지 배출

지주막 소창을 통한 뇌척수액 배출 경로와 회복 모식도. IBS 제공.
지주막 소창을 통한 뇌척수액 배출 경로와 회복 모식도. IBS 제공.

국내 연구진이 뇌척수액이 뇌를 둘러싼 지주막을 통과해 뇌 속 노폐물을 내보내는 숨겨진 통로를 처음 발견했다.

이번 발견으로 250년 전 뇌막 림프관이 처음 보고된 이후 오랜 난제였던 뇌척수액의 배출 경로 전 과정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하게 됐다.

특히 이 통로를 통해 노화로 인해 기능이 떨어진 뇌척수액 배출 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내 향후 치매를 비롯한 신경퇴행성 질환 예방과 치료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고규영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장 연구팀이 동물 실험을 통해 뇌 속 노폐물을 청소하는 뇌척수액이 뇌를 감싼 뇌막을 통과해 뇌막 림프관으로 흡수·배출되는 핵심 경로를 세계 최초로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이날 세계 최고 국제 학술지 ‘셀’에 실렸다.

뇌가 활발한 대사 활동을 통해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노폐물은 뇌척수액에 실려 뇌 밖으로 배출된다. 이런 뇌 청소 과정은 건강한 뇌 기능 유지에 필수적이다.

만약 뇌척수액 생성과 배출이 원활하지 않으면 아밀로이드 베타 등 신경독성 단백질이 뇌에 축적돼 치매와 같은 퇴행성 뇌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지난 2019년과 2024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를 통해 뇌척수액이 뇌 하부 뇌막 림프관과 비인두 림프관 망을 거쳐 목 림프절로 배출되며, 노화에 따라 이 경로가 퇴화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어 2025년에는 눈과 코 주위 등 알굴 피부 아래 림프관이 뇌척수액의 새로운 배출 경로라는 것과 함께 미세한 기계 자극으로 뇌척수액 배출을 촉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하지만 뇌척수액이 뇌를 둘러싼 뇌막 중 질긴 보호 장벽 역할을 하는 ‘지주막’(뇌와 척수를 감싸고 있는 세 겹의 뇌막)을 어떻게 통과해 바깥층인 경막의 뇌막 림프관에 유입되는지는 약 250년 전 이탈리아 해부학자 파올로 마스카니가 뇌막 림프관을 처음 발견한 이후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 난제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뇌척수액이 지주막을 빠져 나오는 첫 관문을 발견하고, 이를 ‘지주막 소창’(미세 구멍)이라 명명했다.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새로 발견한 지주막 소창을 포착했다. 이를 위해 눈으로 보기 힘든 미세한 배출 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림프관을 형광 표지한 특수 생쥐와 후각망울(뇌 앞)에 있는 림프관이 비강(코 안)의 림프관과 사골판(뇌와 비강 사이 얇은 뼈)을 사이에 두고 서로 직접 연결돼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이어 뇌척수액에 형광 물질을 태워 흘려 보내자, 이 형광물질은 새로 발견한 미세 구멍인 ‘지주막 소창’을 빠져 나온 뒤, 뇌막 림프관에 흡수돼 코 안쪽을 통과하고, 최종 목적지인 목 쪽 림프관까지 끊임없이 흘러갔다.

뇌척수액이 지주막 소창을 통과해 뇌막 림프관과 비강 림프관을 거쳐 목 림프절로 이동하는 전 과정을 밝혀낸 것이다. 이로써 뇌척수액 배출 경로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하게 됐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노화가 뇌척수액 배출 기능이 크게 떨어진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노화된 생쥐 실험에서 지주막 소창이 좁아지고 주변 뇌막 림프관이 감소했으며, 림프관과 후각신경이 통과하는 사골판의 통로도 좁아져 뇌척수액 배출 기능이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화된 생쥐의 비강 점막에 림프관 생성 촉진 유전자인 ‘VEGF-C’를 투여한 결과, 비강과 후각망울 주변의 림프관 재생이 촉진되면서 좁아졌던 림프관 배출 경로가 다시 넓어졌고, 감소했던 뇌척수액 배출 기능이 젊은 생쥐 수준으로 회복되는 놀라운 결과를 확인했다.

약물을 코 안에 투여하는 비침습 방식으로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고규영 단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뇌 노폐물 배출의 시작점부터 목 림프절에 이르는 연결 구조를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를 주도한 홍선표 연구위원은 “영장류에서도 동일한 지주막 소창 구조를 확인해 사람의 뇌 청소 기전을 밝힐 핵심 단서를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 지주막 소창을 통한 뇌척수액 배출 경로가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존재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영장류와 인체 조직을 활용한 후속 연구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규영(왼쪽부터) 단장, 홍선표 연구위원, 진철화 연구원. IBS 제공.
고규영(왼쪽부터) 단장, 홍선표 연구위원, 진철화 연구원. IBS 제공.
이준기 기자(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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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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