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그룹과 조인트벤처 설립… 아시아·북미서 사업 추진

글로벌 디벨로퍼로 끌어올리는 ‘퀀텀 점프’ 발판될지 주목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난해 2월 서울 중구 신세계그룹 도심 인재개발원 신세계남산에서 열린 ‘2025년 신세계그룹 신입사원 수료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제공]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난해 2월 서울 중구 신세계그룹 도심 인재개발원 신세계남산에서 열린 ‘2025년 신세계그룹 신입사원 수료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제공]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스타필드로 대한민국 쇼핑 지도를 바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이번엔 7500억원의 투자 승부수를 띄우며 ‘글로벌 디벨로퍼’ 변신에 나선다.

세계 최상위 럭셔리 호텔 브랜드 ‘아만’(Aman)과 손잡고 아시아와 북미 중심의 초고가 부동산 개발 시장에 직접 뛰어든 것이다. 단순한 내수 유통 기업을 넘어, 전 세계 호텔·레지던스 개발사업에 발을 딛는 정 회장의 ‘초격차 럭셔리 프로젝트’가 서서히 베일을 벗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글로벌 부동산 개발회사 오코(OKO)그룹과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고 아시아와 북미 지역에서 호텔·레지던스 개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관련해 정 회장과 블라디슬라프 도로닌 오코그룹 회장은 최근 서울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JV 설립 협약을 맺었다.

오코그룹은 아만 브랜드의 호텔·레지던스 개발을 주관해 온 회사다. 오코그룹과 아만그룹 모두 블라디슬라프 도로닌 회장이 소유하고 있다.

이번 JV 설립은 스타필드 등을 통해 증명된 신세계의 대형 복합 프로젝트 실행 역량과 오코의 럭셔리 호텔 건립 노하우를 결합하기 위한 것이다. 양측은 협약을 계기로 글로벌 호텔·레지던스 및 부동산 개발 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번에 설립할 JV에 5억달러(약 7500억원)의 초기 투자금을 조성해 아시아·북미 등에서 아만·자누의 호텔 및 레지던스 개발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 국내외 복합 상업용 부동산 개발사업에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정 회장은 “이번 전략적 파트너십은 한국에서 검증된 신세계프라퍼티의 개발 모델이 글로벌 호스피탈리티 시장에서도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확신을 반영한 것”이라며 “긴밀한 협력과 상호보완을 통해 전 세계 럭셔리 호스피탈리티 시장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도로닌 회장은 “부동산 개발 및 금융 시장에서 깊은 전문성을 갖춘 정용진 회장이 이끄는 신세계그룹과 파트너십을 맺게 돼 영광”이라며 “전 세계 여행객, 거주자, 그리고 지역사회에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독창적인 프로젝트를 만들어내겠다는 정 회장의 장기 비전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양사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탁월한 개발 사업 기회를 함께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만은 일반적인 대형 호텔과 달리 객실 수를 제한하고 입지와 건축, 서비스의 희소성을 강조하는 초고가 브랜드다. 1988년 태국 푸껫에서 첫 리조트 ‘아만푸리’를 선보인 이후 세계 21개 지역에서 36개 호텔·리조트·레지던스를 운영하고 있다. 아만은 자사 숙박시설이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보다는 고요함과 자연과의 조화를 담아냈다는 점을 내세운다.

자누는 아만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고객 간 교류와 웰니스, 라이프스타일 경험을 강화한 브랜드다. 2024년 일본 도쿄에 첫 호텔을 열었으며 두바이와 사우디아라비아, 몬테네그로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사업은 정 회장이 지난달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를 맡은 이후 공개된 첫 대형 프로젝트다. 신세계프라퍼티가 국내 유통시설 개발사를 넘어 글로벌 종합 부동산 개발회사로 변신하는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스타필드에 쇼핑과 식음료, 엔터테인먼트, 문화시설을 결합하며 체류형 복합공간이라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구축했다.

정 회장은 향후 합작사업에서 스타필드와 같은 복합개발 경험을 럭셔리 호텔과 레지던스에 접목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객실을 판매하는 호텔을 짓는 데 그치지 않고 고급 주거시설과 상업시설, 문화·여가 콘텐츠를 하나의 공간에 결합해 부동산의 자산가치를 높이는 방식이다.

정 회장이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를 직접 맡고 있다는 점도 이번 사업에 힘을 싣는다.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정 회장을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로 선임하며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했다. 정 회장이 그룹 회장과 계열사 대표를 겸직하면서 스타필드를 비롯한 기존 개발 사업과 신규 글로벌 프로젝트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신세계그룹으로서는 유통업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기회이기도 하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전통 유통업은 경기와 소비심리의 영향을 크게 받지만, 호텔과 고급 레지던스를 포함한 부동산 개발 사업은 장기적으로 개발이익과 자산가치 상승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스타필드로 국내 소비 공간의 변화를 이끌었던 정 회장이 해외 럭셔리 부동산 시장 개척의 첫발을 뗀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번 합작 투자가 신세계프라퍼티를 한국의 복합쇼핑몰 개발사에서 글로벌 디벨로퍼로 끌어올리는 ‘퀀텀 점프’의 발판이 될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나경연 기자 contes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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