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중 세컨드토머스 암초서

中해경 강체보트-필 해군 소형고무보트 충돌

필 해군, 군함 접근 촬영한 中해경 철수 요구

中해경 요원들, 긴 장대·곤봉 들고 집단폭행

필 보트, 열세에 후퇴했다 재접근…영상공개

필 “‘서필리핀해’ 긴장고조 불법행위 멈춰라”

美국무부 “中 영유권 근거없어, 도발 중단을”

中 “필측 먼저 공격, 조작”…외교회담앞 긴장

중국과 필리핀 사이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해역에서 중국 해양경찰이 접근을 막는 필리핀군 병사들을 집단 폭행해 부상을 입혔다.

20일(현지시간) 필리핀군에 따르면 당일 남중국해 세컨드 토머스(필리핀명 아융인·중국명 런아이자오) 암초에서 중국 해경 모터보트가 필리핀 해군함 ‘BRB 시에라 마드레’ 쪽에 접근해 사진과 영상을 촬영했고, 고무보트 2척에 탄 필리핀 해군 병사들이 다가가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중국 해경 요원 8명은 선박 규모와 인원이 더 적은 필리핀군 보트가 접근하자 선체로 밀어붙인 뒤, 기다란 장대와 나무 곤봉 등을 휘두르고 발길질하는 등 필리핀 병사들을 가격해 부상을 입혔다. 필리핀 병사들도 비교적 짧은 노를 들고 맞섰지만 낮은 위치와 적은 인원 등 열세를 이기지 못해, 보트를 잠시 물렸다가 중 해경 보트에 일정 거리를 두고 접근해 대치하는 모습이었다.

지난 7월 20일(현지시간) 세컨드 토머스 암초 인근에서 중국 해양경찰 선박(좌측 사진 중 왼쪽 흰색 보트)과 필리핀 해군 소형 고무보트(좌측 사진 오른쪽 검정 보트)의 인원들이 물리력으로 충돌했고, 해군 병사가 머리에 출혈을 동반한 부상을 입었다고 필리핀 해군이 공식 SNS를 통해 공개했다. [필리핀군(AFP) X 게시물 사진·영상 갈무리]
지난 7월 20일(현지시간) 세컨드 토머스 암초 인근에서 중국 해양경찰 선박(좌측 사진 중 왼쪽 흰색 보트)과 필리핀 해군 소형 고무보트(좌측 사진 오른쪽 검정 보트)의 인원들이 물리력으로 충돌했고, 해군 병사가 머리에 출혈을 동반한 부상을 입었다고 필리핀 해군이 공식 SNS를 통해 공개했다. [필리핀군(AFP) X 게시물 사진·영상 갈무리]

필리핀군은 당일 이같은 상황을 촬영한 25초 분량의 영상과, 중 해경 측에게 머리를 가격당해 정수리 쪽에서 출혈이 난 병사의 피해 사진을 함께 공개하며 규탄 성명을 냈다.

필리핀 해군과 군은 성명에서 “20일 중국 해경(CCG)의 강체고무보트(RHIB) 한 척이 CCGV 21560 함정에서 승조원 8명을 태우고 BRP 시에라 마드레호가 있는 아융인 암초 인근으로 불법적으로 근접 접근했다. 이 보트는 그 주변을 선회하며 사진과 영상을 촬영했고, 이에 필리핀군의 고무보트 2척이 현장으로 나가 침착하고 비충돌적인 방식으로 이를 밀어내려 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 해경 요원들은 필리핀 해군 인원 1명의 머리를 나무 곤봉으로 가격하는 등 폭력적이고 공격적으로 행동해 부상을 입혔으며, 국제법상 우리나라가 주권적 권리를 행사하는 해역에서 작전 중이던 해군 고무보트에도 손상을 입혔다”며 “안전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우리 요원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고 ‘서필리핀해’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또한 “어떤 강압·공격도 우리가 헌법상 책무를 수행하거나 ‘서필리핀해’에서 필리핀의 합법적 권리를 행사하는 일을 단념하게 만들지 못할 것”이라며 “중국 인민해방군(PLA)과 해경, 해상 민병대에게 불법적이고 강압적이며 공격적이고 기만적인 행위를 중단하고 2016년 중재재판소가 국제법에 따라 확인한 필리핀의 합법적 해양 권리를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7월 20일(현지시간) 세컨드 토머스 암초 인근에서 중국 해양경찰 선박(왼쪽 흰색 보트)과 필리핀 해군 소형 고무보트(오른쪽 검정 보트)의 인원들이 물리력으로 충돌한 뒤 다시 거리를 두고 대치하는 모습을 담긴 영상을 필리핀 해군이 공식 SNS를 통해 공개했다. [필리핀군(AFP) X 게시물 영상 갈무리]
지난 7월 20일(현지시간) 세컨드 토머스 암초 인근에서 중국 해양경찰 선박(왼쪽 흰색 보트)과 필리핀 해군 소형 고무보트(오른쪽 검정 보트)의 인원들이 물리력으로 충돌한 뒤 다시 거리를 두고 대치하는 모습을 담긴 영상을 필리핀 해군이 공식 SNS를 통해 공개했다. [필리핀군(AFP) X 게시물 영상 갈무리]

뒤이어 미국 국무부도 20일(미 동부 현지시간) 성명을 내 “남중국해 세컨드 토머스 암초에서 필리핀 해군 장병을 상대로 한 중국의 위험하고 공격적인 행위를 규탄한다”고 가세했다. 중국에 안정을 저해하는 행위 중단을 촉구하고 “필리핀의 합법적 해상작전에 대한 중국의 우려스러운 도발 패턴은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중국의 거듭된 약속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필 측은 ‘국제법상 교전규칙에 의거해 규율을 준수했다’고 밝혔는데, 미 국무부도 “우리는 동맹 필리핀과 함께하며, 이번 사건에서 필리핀 해군 장병이 보여준 전문성과 자제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지지했다. 미 측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근거가 없다’는 2016년 상설중재재판소 결정을 들어 “최종적이고 중국과 필리핀 양쪽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결정”이라고 상기시켰다.

중 측은 필 측 인원이 먼저 노와 긴 막대로 중 측 법집행 인력을 악의적으로 공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 관영 신화통신은 20일(현지시간) 중 해경의 소형 순찰정 1척이 오전 9시쯤 런아이자오 인근 해역에서 정례 순찰하던 중 필리핀 측이 위험하게 접근해 먼저 공격했다며 이같은 입장을 실었다. 중 측은 필 측의 조작선전이라고도 했는데, 영상을 직접 공개한 필 군과는 대조된다.

남중국해 스프래틀리(중국명 난사·베트남명 쯔엉사·필리핀명 칼라얀) 군도 내 세컨드 토머스 암초는 중·필 영유권 분쟁이 계속돼온 해역이다. 필리핀은 2차 대전 노후 상륙함인 시에라 마드레함을 1999년 이 암초에 좌초시킨 뒤, 이 군함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10명 안팎의 해병대원을 상주시키고 물자를 공급해왔는데 중 측은 보급 임무를 방해하며 이 암초 인근에서 자주 충돌했다.

한편 현지시간 21~23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참석하는 가운데, 테레사 라사로 필리핀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앞두고 있다. 중국과 필리핀 외교수장 간 대면은 2024년 7월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이후 2년 만에 처음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한기호 기자(hkh89@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한기호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